[미션&피플] 농구 클럽 만들어 스포츠 통해 전도 사역하는 이항범 JBJ 대표

국민일보

[미션&피플] 농구 클럽 만들어 스포츠 통해 전도 사역하는 이항범 JBJ 대표

최단신 프로 선수, ‘농구 전도사’로 다시 날다

입력 2019-05-03 00:01 수정 2019-05-0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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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범 JBJ 대표가 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체육관에서 농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강민석 선임기자

국내 프로농구(KBL) 사상 최단신, 최초의 고졸 출신 신인, 프로농구계의 신데렐라…. 15년 전 이항범(39) JBJ(Jesus Baby Jordan) 대표의 이름 앞에 올랐던 수식어들이다. 농구 팬이라면 2004년 2월 열린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를 기억할 것이다. 그날의 주인공은 드래프트 1순위가 아니라 14번째로 호명된 이항범 선수였다. 농구선수로선 초단신(168㎝)에 대학농구리그를 거치지 않은 일반인 참가자로서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중견 연기자 이병철의 아들이란 사실까지 알려지며 이 대표는 인간 승리의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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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를 따르던 화려한 수식어는 3개월을 채 가지 못했다. 선수 등록을 1개월 앞두고 돌연 프로 진출 포기를 선언한 것. 농구계는 충격에 빠졌고 언론은 ‘마법이 풀린 신데렐라’를 대하듯 차갑게 돌아섰다. ‘피기도 전에 스러진 고졸신화’ 등의 꼬리표가 붙었다.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체육관에서 만난 이 대표는 15년 전 그날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쏟아지는 관심에 대한 부담이 컸다고 인터뷰했지만 사실은 하나님 앞에 교만했던 것이었습니다. 기도하는 흉내만 내면서 프로 선수로서 닥칠 어려움을 제 힘으로만 해결하려고 한 거죠.”

교만의 대가는 혹독했다. 5년간 프로 입단이 금지됐고 선수 이항범의 잠재력을 믿어줬던 코칭 스태프의 신뢰도엔 금이 갔다. 가장 큰 시련은 가족에게 찾아왔다. 처음 농구공을 잡은 일곱 살 소년 시절부터 그를 뒷바라지해 왔던 어머니가 급성 뇌출혈로 쓰러진 것이다. 이 대표는 “제게 닥친 시련보다 신앙이 좋았던 어머니가 겪게 된 고난이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간병에 전념해야 했던 아버지는 연기자로서 배역을 포기해야 했다. 날로 불어나는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이 대표는 건설현장에서 지게를 짊어지며 2평(6㎡) 남짓한 고시원 생활을 4년 넘게 버텼다. 주머니에 돈 한 푼이 없어 잠잘 곳을 찾다 반포종합운동장 인근 벤치에 몸을 뉘었던 날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다.

“모든 걸 잃고 끝모를 내리막길을 가면서도 내 힘으로 해결해 보려고 안간힘 써왔던 나 자신과 맞닥뜨렸어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하나님께서 귀에 속삭이는 것 같았죠. ‘항범아, 이제 알겠니’라고요.”

이튿날 아침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서울 삼성 리틀썬더스에서 유소년팀 코치를 맡아달라는 제안이었다. 먼 미래의 꿈이라고만 생각했던 농구 지도자로서의 길이 열린 것이다. 그 후 6년 동안 각종 대회에 팀을 입상시키며 농구 꿈나무를 육성하는 데 역량을 발휘했다.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듯했던 그때 이 대표는 또 한 번의 결단을 내렸다. 이번엔 포기가 아니라 복음을 전하기 위한 도전이었다.

지난해 1월 자신의 팬클럽 이름이었던 베이비조던(BJ) 앞에 십자가를 지고 가는 주님(Jesus)이 주관하는 농구 클럽이란 뜻으로 J를 붙여 JBJ를 창단했다. 로고는 어둠 속 빛이 돼 줄 것이란 비전을 담아 검정색 바탕에 금색 영문이니셜로 만들었다.

“키가 작은데 어떻게 농구를 하게 됐어요?” 평생 가장 듣기 싫었던 이 한마디가 가장 반기는 질문이 됐다. 그는 “농구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게 곧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하나님이 내게 198㎝가 아니라 168㎝의 신장을 준 이유”라고 했다.

JBJ는 창단 1주년을 맞은 신생 클럽이지만 굵직한 농구대회를 주최하며 주변을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가정의 달 재능기부를 위한 ‘카X도네이션’(카네이션+도네이션)대회, 8월 농구의 저변 확대를 위한 JBJ농구대회에 이어 12월엔 성탄절 크리스천 농구대회를 열었다. 이번 어린이날에도 경기도 여주공설체육관에서 지역 내 소외된 이웃을 초청해 제2회 카X도네이션대회를 진행한다.

그의 손가락은 박지성의 발가락처럼 마디마다 성한 곳이 없다. 30년 넘게 농구공과 함께 코트를 누비며 얻은 훈장이다. 코트를 떠나기 전 이 대표에게 물었다. “이항범에게 농구란?”

“전도사 직함을 달 수 있게 하나님이 주신 도구죠. 농구전도사로서 사람들을 코트와 하나님께로 동시에 전도할 수 있는 패키지 선물이기도 하고요.(웃음)”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영상 제작=장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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