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보혈로 묶인 우리… ‘나홀로 기독인’은 없다

국민일보

주님의 보혈로 묶인 우리… ‘나홀로 기독인’은 없다

폭풍 속의 가정/러셀 무어 지음/김주성 옮김/두란노

입력 2019-05-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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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무어는 ‘폭풍 속의 가정’에서 가족을 혈연 관계를 넘어 주님의 보혈로 묶인 공동체라고 규정한다. 국민일보DB

가정의 위기를 넘어 ‘가족 해체’가 논의되는 세상이다. 가족을 지키는 데 필요한 사랑과 인내, 배려와 헌신 같은 가치들은 빛이 바랜 지 오래다. 자기 욕망에 충실하라는, 타인을 위해 참고 살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가족을 강조하고 사랑을 말하는 교회는 시대를 거스르는 곳임이 틀림없다.

대다수 기독교인은 가정을 완벽한 사랑의 공동체 모습으로 그린다. ‘아내들은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고, 남편들은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신 것같이 하라’는 에베소서 5장 말씀처럼 그런 가정을 기대한다. 하지만 실생활을 들여다보면, 크리스천 가정이라고 더 안전하거나 완전하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서던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과 러셀 무어 교수가 쓴 ‘폭풍 속의 가정’(The Storm-Tossed Family)은 오늘날 크리스천의 가정을 폭풍 속에 있는 이미지로 소개한다. 저자는 폭풍을 만나는 것이 축복인 동시에 저주가 될 수 있으며, 인간은 폭풍 속에서 내 힘으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착각을 버릴 수밖에 없다는 데 주목했다. 마치 폭풍처럼 “가족 역시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축복의 원천이지만 동시에 엄청난 공포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어떤 가정도 폭풍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가정을 십자가에 비춰 재해석한다. 십자가는 인간의 죄와 하나님의 심판, 그리고 세상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축복을 동시에 담고 있다. 그는 예수의 십자가 사건이야말로 진짜 가족의 위기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십자가 사건이야말로 성경이 말하는 가족의 의미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통로다. 그는 이런 전제 위에 남성성과 여성성, 결혼, 성, 이혼, 자녀, 부모의 개념을 십자가에 비춰 다시 규정한다. 성경 본문과 해석, 다양한 상담 경험 등을 400쪽 넘는 분량의 책에 충실하고 진지하게 풀어낸다.

앞서 국내에 소개된 저자의 책 ‘입양의 마음’에서 밝혔듯 그는 러시아 고아원에서 입양한 2명의 아들을 포함한 5명의 아들 및 아내와 산다. 그는 십자가를 통해 가족은 단순히 우리 인간의 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주님의 보혈로 묶인 것이라고 그 개념을 확장해나간다. 이를 토대로 “나의 결혼생활은 개인적이면서도 교회의 일”이며 “더 나아가서 가족 문제는 우리가 정의하는 것처럼 단지 ‘가족이 있는’ 사람들만 위한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자연적으로 혹 법적인 가정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그리스도인은 성경 말씀에 따라 교회 안에서 아버지나 어머니, 형제나 자매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결코 ‘나 혼자’인 그리스도인은 없다는 그의 주장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저자는 자신의 경험담을 점잖으면서도 솔직하게 들려주며 논지를 이어나간다. 최악의 신혼여행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그의 결혼생활은 이보다 더한 위기의 연속이었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나면 진짜 가족이란 겉으로 화목해 보이는 그림이나 환상이 아님을 알게 된다. 오히려 폭풍 속에서 처절하게 고통받고 견디면서 함께 싸워나가는 항해에 가깝고, 그 분투 가운데 십자가 복음을 붙잡을 때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책 제목은 저자가 어려서부터 자주 들었던 찬송가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 국내엔 ‘거친 세상에서 실패하거든(Have you failed in your plan of your storm-tossed life?)’으로 번역돼 곧바로 연상하기가 쉽진 않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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