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출된 인질에게 싸늘한 프랑스 여론이 말하는 것

국민일보

[사설] 구출된 인질에게 싸늘한 프랑스 여론이 말하는 것

입력 2019-05-14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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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특공대의 서아프리카 인질 구출작전은 여러 시사점을 줬다. 국가는 이런 것이다. 국민이 어디서 어떤 상황에 있든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민 2명을 구하려고 최정예 부대를 투입해 군사작전을 벌였다. 인질이 말리의 무장단체에 넘겨지면 구출하기 어려워질 상황에서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고 위험을 무릅썼다. 인질은 구했지만 특공대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프랑스 여론은 사지에서 돌아온 인질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의 여행금지 경보를 무시해 무고한 병사들만 희생됐다는 책임론이 거세다. “무모한 관광객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거친 목소리가 이어졌고 인질들은 경솔함을 사과해야 했다. 국가와 국민은 책임과 의무를 주고받는 관계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고, 국민은 그것을 위한 국가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일종의 계약인 이 관계에서 한 쪽이 맡은 바를 다하지 못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부르키나파소 인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특공대원 2명과 그 유가족이 됐다. 국가의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불가피한 희생이었지만, 여행금지 조치를 준수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불필요한 희생이었다. 누군가의 무책임한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 되돌릴 수 없는 비극을 부를 만큼 우리는 밀접한 인과관계의 사슬에 얽혀 있다. 국가와 사회는 제도를 갖췄다고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이 구성원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해야 원활하게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프랑스 여론은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불가피한 희생을 불필요하게 초래한 이들을 질타하며 구성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국민의 생명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 하지만, 그 위험의 원인을 이처럼 분명하게 따지는 것이 장차 더 많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길이다. 우리도 과거 중동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었고, 이번에도 한국인 인질이 포함돼 있었다. 남의 일일 수 없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취해야 할 조치도 눈에 띈다. 외교부가 발령했던 여행경보 수위는 이 사건의 현지 사정과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위험도를 더 정확히 반영하고 더 널리 알려지도록 경보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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