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정보관, 삼성전자 서비스 노조원 장례 과정서 삼성 대리인 노릇”

국민일보

“경찰 정보관, 삼성전자 서비스 노조원 장례 과정서 삼성 대리인 노릇”

경찰 인권침해 진상조사위 결론… 가족장 설득하며 유족에 돈 건네

입력 2019-05-14 18:40 수정 2019-05-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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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유남영 위원장이 14일 오전 경찰청 기자실에서 ‘고(故)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사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조사위는 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이 ‘고(故)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경찰에 장례절차 개입 및 모친의 화장장 진입 방해 등에 대한 사과와 심사 결과에 대한 유감 표명, 정보활동 범위를 경찰 직무에 부합하도록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뉴시스

경찰이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탄압에 반발해 5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염호석(당시 삼성전자서비스노조양산분회 분회장)씨의 장례 절차에 적극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노조장으로 치러 달라’는 고인의 유지와 달리 ‘가족장’으로 장례를 축소하기 위해 삼성 측의 합의금을 유족에게 건네는 등 기업의 대리인 노릇을 했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이 같은 행위가 경찰의 직무범위에서 벗어난 부당개입이라 결론짓고 유사사건 재발방지 및 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 및 정책 개선을 14일 경찰청에 권고했다.

염씨는 2014년 5월 17일 강원도 강릉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회가 승리하는 그날 화장해 뿌려주세요”라고 적힌 유서를 남겼다. 노조는 유족의 동의를 얻어 노동조합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하고 서울의료원에 빈소를 마련했다. 하지만 염씨의 부친은 삼성에서 6억원을 받고 시신을 부산으로 빼돌린 뒤 경남 밀양에서 시신을 화장했다.

진상조사위 조사결과 이 과정에서 삼성 측의 부탁을 받은 경찰 정보관들이 장례절차의 변경을 주도하고 유족과 노조의 동향을 삼성에 상세하게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청 정보국 노정팀장 김모 경정은 삼성전자서비스 최모 상무의 요청을 받아 염씨의 부친과 직접 만나 가족장을 하도록 설득했다. 김 경정은 삼성 측이 염씨 부친에게 건네기로 한 합의금 6억원 중 3억원도 대신 전달했다.

이에 앞서 당시 경남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장 하모씨와 정보계장 김모씨는 경남경찰청 정보과 간부의 지시를 받고 삼성 측과 유족의 만남을 주선했다. 특히 김씨는 경찰 정보망을 이용해 염씨 부친의 지인 이모씨를 찾아내 삼성에 소개했고 이씨를 내세워 장례절차에 개입했다.

김씨는 고인의 시신을 서울의료원 밖으로 운구한 5월 18일, 이씨에게 “노조원들이 운구차를 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신고를 하도록 종용했다. 이씨의 신고로 경찰 240여명이 투입돼 노조원 25명을 연행했다. 하씨와 김씨는 삼성을 도와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진상조사위는 그러나 장례절차 개입 과정에서 경찰 윗선의 개입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 유남영 진상조사위 위원장은 “퇴직한 경찰 고위 간부들 대다수가 조사를 거부해 경찰 정보관들의 ‘윗선’을 제대로 밝혀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에 사과를 권고하고 집회·시위 관련 정보경찰의 활동을 평가·통제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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