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화웨이 사용금지 행정명령 예정… 포성 커지는 무역전쟁

국민일보

트럼프, 화웨이 사용금지 행정명령 예정… 포성 커지는 무역전쟁

입력 2019-05-15 18:3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 헥베리에 있는 에너지기업 카메론LNG의 터미널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뒤에는 흰색 헬멧을 쓴 회사 직원들이 앉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적대국들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해 그들을 풍요롭게 해주는 일을 멈추고, 미국에서 에너지를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P뉴시스

미·중 무역전쟁이 한쪽이 물러서지 않으면 공멸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잇따른 ‘관세폭탄’에도 중국이 물러서지 않자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금지’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수위를 높여갈 태세다.

하지만 이미 공화당 텃밭인 팜벨트(중부 농업지대)가 큰 타격을 입는 등 미국의 내상도 만만치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계속 ‘폭주’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은 관영매체를 총동원해 보복을 암시하고 있다. 다만 관세 카드가 이미 소진돼 여론전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관영매체들이 일제히 미국에 집중 포화를 쏟고 있어 미국산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이 제조한 통신장비의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이르면 15일 오후(현지시간) 서명해 화웨이 제품 사용을 봉쇄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이 14일 보도했다. 행정명령은 국가안보가 위협받는 비상사태에 대응해 대통령이 거래와 교역을 차단할 수 있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조치다. 미국은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고 의심해 왔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정부기관이 화웨이와 ZTE 장비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국방수권법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미국이 관세 부과를 넘어 ‘화웨 봉쇄’ 카드까지 쓸 경우 무역전쟁은 또 다른 양상으로 확전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3250억 달러어치의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아주 강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중국을 재차 압박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가 이익을 취해가는 돼지저금통 노릇을 해왔지만 더는 그렇게 놔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없는 대중국 공세와 달리 미국 내에선 무역전쟁 피로감과 반발도 만만치 않다. AP통신 등은 미·중 무역협상이 관세전쟁으로 확대되면서 미국의 곡창지대인 중서부 농민과 농기업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무역전쟁 탓에 곡물가격이 추락하면서 미국 농촌지역이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미네소타주 등에서 3500에이커 농지를 경영하는 한 농장주는 무역전쟁으로 약 23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번 주초 대두가격이 10년 만에 최저치로 폭락하는 등 미국의 농업 부문이 30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의 팜벨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이다.

중국은 미국에 보복할 관세 카드는 이미 대부분 소진한 상태다. 이에 따라 미국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여론전과 함께 애국심에 호소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피아 구분 없이 난사하는 미국에 빗대 중국은 핵심만 타격하는 ‘정밀 타격’ 논리도 개발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중앙(CC)TV가 ‘신원롄보’(저녁 7시 뉴스)에서 중국이 미국에 단호한 입장을 밝히자 중국인들의 호응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논평에서 “우리는 이 싸움을 원치 않지만 두려워하지 않으며 필요하다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1억명 이상이 시청하는 간판 뉴스프로그램에서 ‘싸움’을 거론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이 영상은 지난 14일 웨이보에서 하루 조회 수 33억건을 기록했다. 댜오다밍 인민대 부교수는 “미국에 직접 ‘싸움’을 경고하는 것은 중·미 양국이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후 매우 드문 사례”라고 밝혔다.

CCTV는 신원롄보에서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 소식과 함께 ‘중국 경제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미국 손해론은 그만하라’ ‘관세 몽둥이는 자신을 해칠 수 있다’는 등의 제목으로 7건이나 보도하며 여론몰이를 했다. 인민일보도 논평에서 “중국은 다시는 권리를 잃고 나라를 욕되게 하는 일을 겪지 않을 것”이라며 “준비 없거나 자신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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