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목교회의 도전…'유기체적 교회 분립' 첫걸음

국민일보

나들목교회의 도전…'유기체적 교회 분립' 첫걸음

나들목교회 창립 18년 만에 5개 독립적인 교회로 새 출발

입력 2019-05-17 00:01 수정 2019-05-1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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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목교회네트워크 사역자들이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구 대광고 나들목교회 생활관에서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평신도리더인 황인주 나들목교회네트워크 지원센터 총괄센터장, 김경수(나들목양평교회) 김건주(더불어함께교회) 김형국(나들목교회네트워크 지원센터 대표) 김창동(서로교회) 이지일(나들목동행교회) 최호남(나들목꿈꾸는교회) 목사.강민석 선임기자

2001년 대학로에서 첫발을 뗀 도시공동체 나들목교회가 19일 파송 예배를 끝으로 서울과 경기도의 5개 교회로 나뉘어 흩어진다. 그동안 서울 도심에서 진실한 삶의 답을 찾는 사람에게 열려 있는, 초대교회 같은 공동체를 지향해 왔던 터라 이들의 또 다른 도전에 교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18년 만에 새로운 시험대 위에 선 김형국(60) 목사와 5개 교회 담임목사를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구 대광고 안에 있는 나들목교회 생활관에서 만났다.

나들목교회의 분립은 기존의 교회 분립과 눈에 띄게 다른 점들이 있다. 통상 교회 분립은 교회를 설립한 목회자의 은퇴 시기에 맞춰 진행돼 왔다. 65세를 평균 은퇴 시점으로 잡더라도 김 목사에겐 시간이 꽤 남아 있다. 김 목사는 “이 교회에서 20년을 채우고 개척목사이자 원로목사가 되는 영광을 누리고도 싶었지만, 교회는 계속 세상을 향해 침투해야 하고 과거에 발목 잡혀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점점 변화가 힘들어지는 대형교회가 되고 있어 20년이 되기 전 내려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5개 교회를 돕는 나들목교회네트워크 지원센터의 대표를 맡는다.

시기와 별개로 김 목사는 설립 초기부터 지속가능한 교회를 고민하며 분립에 대해 연구해 왔고, 이를 일찌감치 교회 공동체와 공유했다. 2013년 서울 관악구에 나들목하늘교회를 소규모 분립한 뒤 이듬해 열린 연례워크숍에서 교회 분립을 중장기과제로 결정했다고 한다. ‘나들목2030TF’를 통해 이러한 구상을 확대했고, 2015년 경기도 고양에 나들목일산교회를 세웠다. 2016년 가정교회 목회자 100여명, 이듬해 중간 리더 300여명의 뜻을 확인했고 그해 4월 전체 성도들의 투표까지 마쳤다.

나들목교회네트워크 지원센터의 황인주 총괄센터장은 “분립하는 교회의 목회자를 먼저 세운 것이 아니라 권역별 준비위원회를 먼저 세우고 각 가정이 어느 공동체를 섬기겠다고 헌신하고 난 뒤, 대표 목사와 동역할 사역자들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공동체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해 길을 찾아가도록 성경에서 배운 대로 순차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밟아나간 것이다.

1400여명의 성도들은 저마다 섬기기로 헌신한 지역별 공동체를 따라 이동하게 된다. 나들목꿈꾸는교회(남부·최호남 목사)는 서울 강남구 수서교회에서, 나들목동행교회(동부·이지일 목사)는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학교에서, 서로교회(서부·김창동 목사)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의 한 사무실에서 각각 주일예배를 드린다. 또 더불어함께교회(중부·김건주 목사)는 기존에 사용하던 서울 동대문구 대광고 대강당에서, 나들목양평교회(경기 양평·김경수 목사)는 경기도 아세아연합신학대학 다락방에서 모이게 된다. 대광고에서 드리는 더불어함께교회만 성도가 700여명이고, 나머지 4개 교회는 150~200명 규모의 작은 단위로 나뉜다.

김 목사는 “이처럼 하나의 거대한 조직을 기계적으로 쪼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가정교회를 지역별로 재조정하고 각각의 지역에서 또 다른 건강한 교회가 태어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유기체적 분교라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또 “성도들이 교회를 작은 공동체로 이끌어갈 만한 역량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분교가 가능했다”며 “만약 일주일에 한 번 주일설교 들으러 오는 사람들로 구성됐다면 분립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립하는 5개 교회는 지원센터와 더불어 새로운 목회와 공동체 실험을 하게 된다. 이들은 사명과 전략은 공유하지만, 재정과 인사, 지역 맞춤형 사역에서는 각각 독립된 교회로 운영한다. 목회자 간 연대를 넘어 성도들 사이에서도 연대가 가능하도록 협의체도 구성할 계획이다. 황 센터장은 “각 교회의 담임목사와 성도 대표, 김형국 목사와 저까지 12명의 나들목네트워크협의체에서 의사결정을 이뤄갈 것”이라며 “이 협의체는 만장일치제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네트워크 헌약을 만들어 정체성은 지켜나가되, 이를 어기는 등 본질이 변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함께 결정한다. 더불어함께교회의 김건주 목사는 “DNA가 같은, 하나의 종이 상황에 맞게 달라지면서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른바 브랜드 교회의 분립은 종종 해당 지역 교회들의 반발을 사왔다. 하지만 하나님나라 복음을 배우는 제자훈련과 가정교회를 통한 공동체훈련 등으로 수평이동이 쉽지 않은 나들목교회의 특성 때문인지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외고에서 예배를 드리는 나들목동행교회 이지일 목사는 “건강한 교회에 대한 목마름이 있던 가나안 성도 중 우리 교회가 그 지역에 온다는 것을 듣고 반가워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5개로 나뉜 후 5개 교회 목회자와 평신도 리더들이 순회하며 설교하는 방식 등도 준비하고 있다. 여러 모로 새로운 도전이 될 내용들이 많다. 김형국 목사는 “지난 18년간 쌓아온 나들목교회의 DNA는 공유하면서,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꽃피우고자 하는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저희의 실험적인 케이스를 독특하다고만 보지 말고 복음의 파워풀한 능력을 되찾는 희망과 용기를 갖는 계기로 삼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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