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대선 못잖은 ‘교회 내 민주주의’ 실험

국민일보

총선·대선 못잖은 ‘교회 내 민주주의’ 실험

고양 능곡교회 담임목사 신임투표 현장

입력 2019-05-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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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 능곡교회 성도들이 19일 담임목사 신임을 묻는 투표를 하기 위해 선거인명부를 확인하고 있다. 고양=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 하나인 경기도 고양 능곡교회(윤인영 목사)가 ‘교회 내 민주주의’ 실험에 나섰다. 능곡교회는 19일 담임목사에 대한 신임을 묻는 선거를 진행했다. 지난해부터는 장로들의 임기를 정하는 ‘장로 임기제’도 시작했다. 교회는 1893년 설립됐으며 세례교인은 1800명에 이른다.

이날 오전 교회 1층 휴게실은 성도들로 붐볐다. 이들은 1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세례교인으로 채워진 선거인 명부를 확인한 뒤 투표용지를 받은 뒤 기표소 안으로 각각 들어갔다. 기표소를 나온 뒤에는 기표함에 투표용지를 집어넣었다. 투표 모습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와 다를 바 없었다. 선거인 명부를 확인하는 역할을 맡은 한 선거위원은 “안수집사 선거 때보다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된 투표 행렬은 10시가 지나자 휴게실 문밖까지 이어졌다. 기표소를 나온 김영주(46·여) 집사는 “신앙생활 중 목사님을 평가하는 것은 처음”이라면서도 “교회 공동체가 많은 사람에게 의견을 묻는 과정이 신선하다”고 말했다. 이 교회 운영규정에 따르면 담임목사 임기는 6년이다. 임기가 끝나면 1회에 한해 중임할 수 있지만, 투표를 통해 세례교인의 3분의 2가 중임에 찬성해야 한다.

2부 예배가 끝난 뒤 만난 윤 목사는 신중한 모습이었다. 부목사 시절 능곡교회에서 사역했던 그는 “6년 전 청빙 당시 투표 결과를 기다리던 순간이 떠오른다”면서도 “지금은 교회 안팎으로 공동체의 운영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달 목회자 임기를 6년 연임에서 1회 중임으로 변경하는 안에도 흔쾌히 동의했다.

이날 윤 목사는 세례교인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연임이 확정됐다.

교회는 지난해에 장로들의 임기도 정했다. 지난해 1월부터 안수를 받은 장로들은 6년간 임기가 주어진다. 이들은 임기를 한 번 연장할 수 있지만, 이후부터는 정년인 70세까지 ‘사역장로’로 활동한다. 사역장로는 당회 등 교회의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장로임기제를 제안한 김다열 장로는 처음 제안했을 때 내부의 반발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2달여간 ‘교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들이 교회 내 정책 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설득한 끝에 지난해부터 장로임기제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김 장로는 “임기제 등에 세간의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면서도 “젊은 성도가 봉사하고, 기성세대가 직분을 독식하는 구조로는 더 이상 세상 앞에서 교회가 본을 보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 내에서 더 많은 이들이 의견을 내고 고민하는 것이 공동체가 건강해지는 ‘하나님나라의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양=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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