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리스트 규명 불가”… 핵심의혹 재수사 못 한다

국민일보

“장자연 리스트 규명 불가”… 핵심의혹 재수사 못 한다

검찰 과거사위, 심의 최종결과 발표

입력 2019-05-20 18:56 수정 2019-05-20 21:06
20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과천정부청사에서 정한중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장이 장자연 리스트 의혹 사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장자연 리스트 사건’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장씨가 숨지기 전 술접대 강요 등에 힘들어했던 사실이 확인되고 조선일보 사주 일가 관련 수사 미진과 조선일보 측 수사 외압까지 드러났지만, 증거 부족과 공소시효 문제 등으로 핵심 의혹에 대한 수사권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과거사위는 당시 장씨의 소속사 대표의 위증 혐의 한 건에 대해서만 수사 개시를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20일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조사단)으로부터 보고받은 장자연 리스트 사건 조사 내용을 심의한 뒤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이 사건이 사전조사 대상 사건으로 선정된 지 약 13개월 만이다.

과거사위는 우선 장씨가 친필로 자신의 피해 사례를 적은 문건에 대해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고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장씨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가 기획사 대표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장씨에게 강압적 술접대 요구, 폭력적 행위를 했고 그것이 장씨가 생명을 포기하게 한 요인이 됐다고 봤다. 과거사위는 이와 관련 당시 검찰이 김씨의 술접대 강요 등에 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특히 장씨가 작성한 문건에 등장하는 ‘조선일보 방 사장’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흡했다는 점을 여러 측면에서 지적했다. 문건에 나오는 ‘방 사장’이 누구인지, 장씨가 호소한 피해 사실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검찰이 ‘조선일보 방 사장’을 계열사 당시 사장 하모씨일 수 있다는 오해를 만들어 사주 일가에 대해 추가 수사가 이뤄지지 않도록 은폐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강조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조선일보 측이 수사 무마를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이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이명박정부가 우리 조선일보하고 한번 붙자는 겁니까”라며 협박했다는 점이 사실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그러나 성접대를 받은 유력인사들의 ‘명단’이 적혀 있다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같은 소속사였던 배우 윤지오씨 외에 다른 사람들은 이름만 적힌 리스트가 없다고 진술하고 있고, 무엇보다 리스트의 ‘실물’ 자체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이유다.

과거사위는 이 사건 재조사의 핵심 쟁점인 장씨의 성폭행 피해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권고하지 않았다. 이 부분은 공소시효 등을 고려할 때 사건 관련 의혹 중 유일하게 처벌 가능성이 남은 부분이었다. 하지만 과거사위는 장씨에 대한 특수강간 또는 강간치상 혐의를 인정하고 수사에 즉각 착수할 정도로 충분한 사실과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씨 등의 진술만으로는 성범죄 가해자나 범행 일시, 장소, 방법 등을 알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과거사위는 장씨 소속사 대표 김씨가 과거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명예훼손 사건 재판에서 거짓 증언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만 “기록 및 진술 등으로 충분히 사실이 인정된다”며 수사를 권고했다.

1년이 넘는 조사 끝에 나온 진상조사 결과에 법조계 관계자는 “추가 조사까지 진행하면서 확인된 내용을 장황하게 공개했지만 명확히 결론 내린 것은 없다”면서 “밝혀진 진실이 무엇인가 싶다”고 꼬집었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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