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듣는 것이 예수 삶… ‘나그네와 나누는 식탁’엔 고백과 치유

국민일보

잘 듣는 것이 예수 삶… ‘나그네와 나누는 식탁’엔 고백과 치유

잘 들어주는 ‘대화 목회’… 서울 함께심는교회

입력 2019-05-23 00:03 수정 2019-05-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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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함께심는교회 박종현 목사와 성도들은 “듣는 일이 예수님이 하셨던 일과 가장 닮았다”고 입을 모았다. 함께심는교회 제공

경건한 예배 시간, 사도신경으로 신앙고백을 끝내자 성도들의 앞에 선 목사가 입을 뗀다. “지난 한 주는 어떻게들 보내셨나요. 어느 분부터 말씀해볼까요?”

둥그렇게 둘러앉은 10여명의 성도가 짧은 자기소개와 함께 한 주간 있었던 일들을 꺼내놨다. 여행지에서 아이가 아파 난감했던 이야기부터 기독교서적 리뷰 모임에서 오간 논쟁들, 유명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인터넷 카페에 무료로 나눈 경험담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1시간이 넘도록 다른 성도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나눴다.

이번 주는 어떻게 보냈나요?

예배에 참석한 이들이 이야기를 마치자 다시 목사가 입을 열었다. “이번 한 주도 감사히 보냈습니다. 돌아오는 한 주도 하나님의 뜻을 고민하며 보내는 여러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예배가 다시 이어졌다.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함께심는교회(박종현 목사)의 예배는 여느 교회와는 사뭇 달랐다. 예배 중간에 성도들이 각자 일주일 동안 느낀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자연스레 서로의 고민과 생각을 공유하게 되고 대화가 더 깊어진다. 대화가 길어지면서 예배 시간이 2시간을 훌쩍 넘어갔지만, 아무도 지루해하지 않는다.

식사를 예배 전에 나누는 것도 이 교회의 특징이다. 교회에 처음 방문한 이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테이블을 정리한다. 식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뒤 예배를 시작한다. 일명 ‘나그네와 함께 나누는 식탁’이다. 나그네와 함께 나누는 식탁에서는 지위의 높낮음도, 거리의 멀고 가까움도 없다. 신대원 교수부터 중학생들까지 한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가깝게는 송파구 가락동, 멀게는 부산 인천 강원도 횡성 등에서도 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 찾아온다.

이날 만난 성도들은 성경적 삶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3개월 전 함께심는교회에 찾아온 주용민(33)씨는 “대형교회에 다녔을 때와는 예배 형식이 달라 놀랐지만 큰 틀에선 형식을 잃지 않는 모습에 안정감을 찾게 됐다”면서 “목회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메시지가 전달되는 방식이 아니라는데 큰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혜린(30·여)씨도 “지난 한 주의 삶을 신앙 안에서 서로 나누며 묻고 고민하는 방식에서 신선함을 느낀다”고 했다.

사람들의 말을 듣는 것이 왜 중요할까. 박종현 목사는 “듣는 것이 예수님의 삶과 가장 닮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수님은 말만 하셨던 분이 아니라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셨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행복누리 사회적협동조합에 참여한 박 목사(맨 오른쪽)와 송파구 지역 활동가들. 함께심는교회 제공

당신의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주일에 성도들의 생각과 고민을 함께 나누는 교회가 주중에는 마음의 병과 싸우는 이들을 돕는 공간으로 바뀐다. 이 활동은 교회 설립 이전부터 있었다. 함께심는교회는 2013년 3월 ‘생명나무 마음치료센터’가 세워진 뒤 생겼다. 센터는 지자체 등과 함께 심리치료 아동지원 사업을 진행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지역 내 아동센터들과 함께 심리치료 지원이 필요한 이들을 돕고 있다.

박 목사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는 예배와 심리상담센터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활동가들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송파아이쿱협동조합과는 2015년부터 5년째 드림 디너스(Dream dinners) 사업인 반찬나눔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드림 디너스 사업은 미국 교회가 하는 활동으로 반찬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당장의 음식이 해결되고 도움을 주는 이들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

박 목사는 지역 사회에서 목회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여전히 많다고 했다. 교회가 가진 공동체성을 조금만 응용하면, 지역 사회와 함께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몇 년 전 지역 활동가들과 함께 사업을 고민하다가 ‘목사님이 시작하시면 함께하겠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교회가 지역 활동가들과 주민들 사이에 ‘느슨한 공동체’를 만들어 주는 역할만 해줘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함께심는교회는 올해 큰 변곡점을 맞는다. 생명나무 마음치료센터를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로 바꿔 사역을 지속할 계획이다. 오는 31일에는 송파구 지역 활동가들과 함께 ‘행복누리 사회적협동조합(가칭)’ 설립을 위한 총회를 개최한다. 사회적 협동조합 출자에 필요한 자금도 모으고 있다. 박 목사는 “지역사회와 함께 더 많은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사업자가 아닌 새로운 형태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새로 출범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에는 지금까지 함께 활동해 온 활동가들과 주민, 성도들이 참여한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센터가 해왔던 취약계층 아동 청소년들을 위한 심리지원 및 상담을 시작으로, 학교 위탁상담 및 멘토링 강연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심리적 위기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을 돌보는 사역과 지자체 등에서 공모하는 사회복지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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