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 보이면 살 수 없는 게 홈리스의 세계”

국민일보

“여자로 보이면 살 수 없는 게 홈리스의 세계”

종민협, 여성 노숙인 초청 토크쇼

입력 2019-05-2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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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들이 20일 서울 중구 중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여성 노숙인의 삶을 그린 영화 ‘그녀들이 있다’를 시청하고 있다.

노숙인은 대부분 남성이지만 여성 노숙인(홈리스)도 존재한다. 이들은 남성의 폭력과 세상의 편견을 피해 시설과 병원, 음식점 등을 전전하며 숨어 지낸다. 무료 급식이나 공공 목욕, 시설의 단체생활에선 여성으로서 늘 어려움이 따른다.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종민협)는 20일 서울 중구 중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여성홈리스와 함께하는 무비토크- 그녀들과 함께 살롱’을 열고 여성 노숙인들을 초대했다. 이들은 김수목 감독이 제작한 영화 ‘그녀들이 있다’의 출연자들이다. 여성들은 토크쇼를 통해 그들이 왜 집을 나와야 했는지를 기독교와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종교계 관계자들에게 털어놓았다.

60대 강모씨는 가정폭력에 시달렸다. 남편과 시부모 시동생과 동서까지 모두가 그를 때렸다. 왜 때렸는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행여 아홉 살 난 자식이 해코지를 당할까 봐 맞기만 했다고 한다. 이혼을 결심했을 때는 가진 돈이 없어 노숙인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

강씨는 기초생활보장급여로 서울 용산구에 쪽방을 구했지만, 여성이라고는 혼자뿐이었다. 속옷도 벗은 채 복도를 돌아다니는 남성들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야 했다. 월세와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생활비는 월 20만원 남짓이라 인근 교회 수요예배를 찾아가면 주는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40대 김모씨는 남자처럼 보이려고 머리를 잘랐다. 그는 “여자로 보이면 남성들이 사귀자며 달려든다”며 “남자가 아니면 못 사는 게 이 세계”라고 말했다. 이런 위험을 피해 찾은 여성 자활 쉼터도 편하지만은 않다. 공동체생활이라 작은 행동과 말 한마디에도 상처받고 다투는 일이 잦았다.

김 감독은 “누구나 홈리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노숙인들을 인터뷰할수록 그들이 타자가 아닌 우리 가운데 하나임을 느꼈다”고 했다. 몇몇 노숙인은 꿈을 실현하며 삶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50대 노숙인 송모씨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여성을 위한 그룹홈을 만들고 싶다”며 “옆에 있어 주고 말을 들어주는 그런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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