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정상 너럭바위에 신비스러운 오십 우물

국민일보

산 정상 너럭바위에 신비스러운 오십 우물

강원도 삼척·동해로 떠나는 연둣빛 힐링 여행

입력 2019-05-22 17:56 수정 2019-05-2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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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내미로리와 동해시 삼화동의 경계에 있는 쉰움산 너럭바위를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돌구멍에 물이 고이면 ‘쉰 개의 우물’과 같다. 깎아지른 듯한 벼랑과 소나무 등이 조화를 이루며 그림 같은 풍경을 펼쳐놓는다.

쉰움산.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내미로리와 동해시 삼화동의 경계에 있는 해발 688m의 산이다. 독특한 명칭은 ‘쉰 우물’에서 왔다. 산 위 너른 바위에 크고 작은 구멍이 50개 정도 있다. 물이 고이면 ‘쉰 개의 우물’과 같다. 한자로는 오십정산(五十井山)이라고 한다.

산 들머리인 천은사 바로 아래 동안사(動安祠)가 있다. 삼척의 외가로 낙향해 ‘제왕운기’를 집필한 고려 충렬왕 때 문신 이승휴 유허지다. 제왕운기는 1360년(공민왕 9년)과 1413년(조선 태종 13년)에 각각 중간됐다. 원나라의 간섭에도 불구하고 삼국 이전의 우리나라 상고사를 한국사에 포함시켜 역사적인 의미가 크다.

동안사에서 왼쪽 길로 오르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계곡을 옆에 두고 걷는 초입은 완만하다. 하지만 머지않아 길은 급한 오르막으로 변한다. 가쁜 숨을 내쉬며 오르면 등 뒤로 고래가 뛰놀 법한 동해 바다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돌길을 지나 비탈길을 타고 올라 돌탑군이 있는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멀리 산 위 거대한 바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쉰움산 등산로에서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금강송.

바로 옆 바위 위에 멋지게 자리잡은 거대한 금강송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검은 암벽과 반석, 매력적인 노송이 화려한 풍경을 빚어낸다.

정상에 이르면 마당처럼 넓은 암반에 돌구멍이 널려 있다. 석회암 지대 자연이 빚어낸 진풍경이다. 그 바위 위에 온갖 풍상을 이기고 버티고 서있는 장송 몇 그루가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 내고 있다. ‘오십정’ 표지석 아래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내려다보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벼랑 건너편엔 거대한 암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바위 주변은 연둣빛 물감을 뿌린 듯 신록이 싱그럽다.

능선을 타고 오르면 갈림길에 도착한다. 직진 방향으로 오르면 두타산(1353m)이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하산길. 산 중턱에 자리잡은 숨은 보물 두타산성은 신라 파사왕 23년(서기 102년)에 처음 쌓았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 태종 4년(1414년)에 삼척부사로 왔던 김맹윤이 높이 1.5m, 둘레 2.5㎞의 산성을 다시 쌓았다고 한다. 1592년(선조 25년) 임진왜란 때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산성으로 피난왔다고 한다. 현재 성벽이 부분적으로 남아 있다. 자연적인 입지로 인해 천연요새처럼 보인다.

산성 삼거리로 내려서면 무릉계곡이다. 폭포와 함께 기암괴석과 암벽, 노송들이 잘 어울리는 모습이 비경이다. 우리나라 국민관광지 제1호로 지정된 곳이다. 장엄한 바위와 계류가 하모니를 이룬 용추폭포, 두 개의 폭포가 기묘한 합수를 이룬 쌍폭, 4단 폭포를 배경으로 송림 위에 둥지를 튼 학소대 등이 명불허전(名不虛傳)을 입증하듯 계곡을 따라 절경을 빚어낸다.

폭포에서 삼화동 초입까지 이어지는 용오름 길옆에 길옆에 무릉반석이 펼쳐진다. 암반 위에 새겨진 웅장한 글씨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힘이 있다. 무릉반석을 배경으로 ‘금란정(金蘭亭)’이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아토피 등에 효과 있는 동해무릉건강숲 온열 테라피.

무릉계곡 입구에 환경성 질환 예방을 위해 2016년 1월 문을 연 ‘동해무릉건강숲’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선정 ‘웰니스 관광 31선’에 포함됐다. 아토피 치료 등 면역력 증강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온열테라피 체험이 인기다. 국내산 천일염으로 만든 소금동굴과 산소 발생기가 24시간 돌아가는 산소 힐링방도 매력적이다.

▒ 여행메모
쉰움산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1시간 20분
묵호항 주민의 삶을 새긴 동해시 논골담길


강원도 삼척 쉰움산 들머리는 천은사다. 서울에서 가려면 영동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해 삼척까지 간 뒤 삼척 시내로 들어가기 전에 태백 방향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 미로역 인근에서 우회전하면 된다. 쉰움산까지는 편도 약 2.2㎞. 삼척시 관광 안내 책자에는 등산 시간이 1시간20분(편도)으로 적혀 있다.

천은사 입구 ‘두타순두부집’은 순두부와 두부, 토종닭 등 토속적인 음식을 내놓는다. 삼척 ‘새천년도로’로 불리는 이사부길에 숙박업소들이 많다.

대금굴과 환선굴이 쉰움산에서 멀지 않다. 금강송이 아름다운 준경묘와 영경묘도 가깝다. ‘삼척 장미축제’는 지난 주말 막을 내렸지만 지금도 오십천을 따라 1000만 송이 장미 16만여 그루를 감상할 수 있다.



동해시 논골담길 묵호등대에서 내려다 본 동해 바다.

동해시에서는 논골담길을 빼놓을 수 없다. 묵호항 뒤편 언덕에 슬레이트와 양철 지붕을 얹은 집 사이로 벽화 골목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작고 가파른 골목길 구석구석에 묵호항을 배경으로 살아온 주민들의 파란만장한 삶이 새겨져 있다.

삼척·동해=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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