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롤드컵… 이번 만큼 철저히 준비”

국민일보

“목표는 롤드컵… 이번 만큼 철저히 준비”

‘e스포츠 핼리 혜성’… 프로게이머 김기인

입력 2019-05-24 04:03
프로게이머 김기인이 지난 16일 경기도 일산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포즈를 취했다.

프로게이머 ‘기인’ 김기인(19)은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이다. 2017년 여름,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먹이사슬 최상단에 올랐다. 그러나 데뷔 직전까지도 그의 이름을 들어본 이는 거의 없었다. 업계 관계자들도 “그런 실력을 갖춘 친구가 데뷔 전까지 도대체 뭘 한 거냐”고 서로 물어볼 정도였다.

김기인은 당시 리그 최하위 팀이었던 에버8 위너스에서 입단 테스트를 거쳐 데뷔했다. 팀의 하부 리그 강등을 막지는 못했다. 하지만 눈썰미 좋은 상위권 팀들은 원석을 알아봤다. 곧바로 복수의 팀이 그를 낚아채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결국 아프리카 프릭스가 과감한 투자로 그를 사로잡았다.

김기인의 포지션은 탑라이너다. 상대방과 1대1로 겨루는 일이 잦아 개인기가 뛰어나고, 담력이 센 선수들이 주로 모인다. 국적을 불문하고, 이 포지션에서 19세 한국 청년의 이름 ‘기인’은 ‘나이는 어린데 실력은 뛰어난 프로게이머’의 대명사로 쓰인다. 중국에는 ‘중국의 기인’으로 평가받는 선수가 있다. 터키에는 ‘터키의 기인’이 있다. 세계 e스포츠 대회 어디를 보아도 ‘그 나라의 기인’이 있다.

김기인의 본격적인 커리어는 2018년, 아프리카 입단 후에 시작됐다. 당시 팀에는 ‘쿠로’ 이서행(25), ‘투신’ 박종익(23)처럼 경험과 실력을 두루 갖춘 선배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김기인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그해 아프리카는 스프링 시즌 2위, 서머 시즌 3위로 창단 이래 최고 성적을 거뒀다. 지난 16일 국민일보와 만난 김기인은 “처음에는 유명한 형들과 함께해 위축되기도 했지만 배운 그대로 실행하자 곧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회상했다.

지난 연말, 이서행을 비롯한 고참들이 대거 팀을 떠나자 아프리카는 크게 흔들렸다. ‘유칼’ 손우현(18) 등을 영입해 젊은 팀을 꾸렸지만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없어 추운 봄을 보냈다. 스프링 시즌을 8위 성적으로 마쳤다. 김기인은 “초반에 성적이 나오지 않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러자 팀원들도 서로를 믿지 못했다”며 “자신감과 실력의 하락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복기했다.

스스로도 개선할 점이 많았던 스프링 시즌이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그래도 김기인은 아프리카의 에이스다. 그는 “맡은 역할에 부담을 느꼈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한 플레이도 자주 시도했다”고 털어놓으면서 “앞으로는 제가 손해를 보더라도 팀이 이득을 볼 수 있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기인과 아프리카는 내달 5일 개막하는 서머 시즌을 통해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우승하거나, 그에 준하는 성적을 거두면 국제 대회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출전 자격을 얻는다. 김기인은 롤드컵 진출을 이번 여름 목표로 설정했다. 지난해 이 대회 8강에서 탈락한 바 있는 그는 “올해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 더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많이 본 기사

포토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