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박세환] 청년 정책이 성공하려면

국민일보

[창-박세환] 청년 정책이 성공하려면

젊은이들 지지로 탄생한 정부인 만큼 세밀한 분석 없이 생색내듯 던지는 청년 정책 없어야

입력 2019-05-25 04:05

영등포 거리에는 청년이 많다. 번화가 근처에 한 배달대행업체 사무실이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음식점은 배달 노동자를 호출한다. 앳된 얼굴의 청년들이 줄지어 앉아 하염없이 콜을 기다린다. “왜 이렇게 늦었냐”는 고객 항의를 피하기 위해 오토바이 하나에 위태롭게 매달린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공부 열심히 했으면 저런 일은 안 하지”라고 한다. 배고픈 나를 위해 내달리는 청춘의 존재에는 관심이 없다.

역 근처 집창촌은 오후 8시에 문을 연다. 분홍 조명 아래 짙은 화장의 젊은 여성들이 앉아 있다. 그들 또래의 백화점 직원들이 업소 앞을 걸어서 퇴근한다. 그녀들은 눈을 밑으로 내려 시선을 피한다.

사건팀 기자 시절 취재해 보니 업소 종사자는 대부분 24~30세다. 영등포구청은 올해 집창촌 재정비 계획을 내세웠다. 다섯 달이 지났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다. 혹자는 자발적으로 성을 파는 그녀들이 잘못이라고 한다. 설사 그렇대도 서울의 마지막 집창촌에 청년들이 종사하고, 또 다른 청년들이 이들의 성을 사고 있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거리의 청년들은 최근 당정청이 발표한 청년대책을 아마 모를 것이다. 국회는 ‘청년기본법’을 제정하고, 청와대는 ‘청년정책비서관’을 신설하며 총리실 산하에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만드는 내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패할 것이다. 이래 봤자 청년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

2030세대 지지층 이탈로 화들짝 놀란 정부가 급조해낸 안은 나이만 젊은 기득권을 양산할 것이다. 여당 내 청년 활동을 하고 있는 인사들이 위원회에 대거 몰려 정계 진출의 발판 혹은 스펙으로 삼을 것이다. 총선이 얼마 안 남은 상황이라 더욱 그래 보인다. 국회에 계류 중인 청년기본법에는 ‘청년단체에 대한 조세감면 근거 마련’ 조항이 있다. 이 법이 청년 전체가 아닌 청년단체 일부에만 득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법과 정책을 새로 만드는 게 능사는 아니다. 청년 현안은 일자리와 주택, 복지, 여가, 입시 등 기존 제도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렇다면 정부는 기존 정책을 어떻게 활용해야 진학과 졸업, 취업과 결혼, 육아에 신음하는 청년층에 도움이 될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고용과 일자리에만 치중해온 청년 문제 해결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무작정 판을 벌리기 전에 청년에 대한 철저하고 세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청년은 명확한 세대 개념이 아닌 추상적인 이미지다. 몇 살까지가 청년인지 기준이 애매한 상황에서 청년은 ‘우리 사회의 미래’ 등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성세대는 그런 청년의 젊음을 부러워한다. 나라를 이끌어갈 기둥이라 치켜세운다. 다만 속으로는 어리고, 어리석으며, 부모의 품 안에서 배부른 소리만 하는 풋내기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한 야당 지방의회 의원은 “청년들은 피시방에 온종일 있다”고 했다. 다른 여당 의원은 20대의 정부 지지율 하락 원인을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탓으로 돌렸다. 여당 수석대변인은 “(현 20대의 중·고교 시절) 학교 교육이 거의 반공교육이었다”며 20대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보수적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전직 청와대 참모는 “젊은이들은 여기(한국)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라. 신남방 국가를 가면 해피조선”이라고 했다.

망언이나 실수가 아니다. 이념과 진영을 넘어 기성세대가 청년을 보는 시각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이들이 칭송하는 청년은 성공한 1%의 젊은이들이다. 간담회에 부르고, 각종 행사에 초청한다. 반면 나머지 99%는 계도해야 할 대상이다. 그러니 생색 내듯 던지는 청년 정책에는 진심이 없다. 당연히 성공할 수도 없다.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간담회에서 한 청년단체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그는 “정권이 바뀌었지만 청년 문제는 달라진 게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교수는 “그런 감성적 태도로는 고단한 인생에 성공할 수 없다”고 훈수를 뒀다. 그는 결국 언론을 통해 “내 눈물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갑작스러운 그의 눈물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고 한다. 젊은이의 열화와 같은 지지로 탄생한 정부 아닌가. 충격과 자각이 모여 2003년 ‘청년실업 종합대책’ 이후 16년간 이어진 청년 정책 실패사가 이제 좀 끝나길 바란다.


박세환 정치부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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