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놀이로 세우는 공동체

국민일보

[시온의 소리] 놀이로 세우는 공동체

입력 2019-05-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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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날씨가 참 좋다. 여기저기서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지난 주말 홍대 인근에서는 기독 청년들이 연합해 한바탕 놀이마당을 벌였다. 벌써 6번째 시즌을 맞이한 ‘수상한 거리’ 페스티벌이다. 젊은이들이 크리스천 아티스트의 공연 및 플리마켓을 즐기는 모습에 참 흐뭇했다.

하지만 놀이는 오늘날뿐 아니라 역사 속에서 수많은 오해와 편견을 받아 왔다. 놀이에 대한 편견은 그 파생어인 노리개 놀음 놀림 놀보 같은 일상언어에도 잘 드러난다. 긍정적인 의미의 단어도 있지만, 영어의 플레이보이처럼 부정적인 사례가 더 많다. 교회 안에서도 그리스도인의 이상적 모습으로 훈련과 사역을 강조한다. 이 두 단어의 의미가 오늘날 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얼마나 살벌한 용어인지 다시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역사가 요한 하위징아는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이렇게 말한다. 생각하는 인간 ‘호모 사피엔스’와 도구적 인간 ‘호모 파베르’를 넘어 더 근원적인 인간의 본성이 놀이에서 기인한다고 말이다. 하위징아는 놀이의 성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자발성이라고 말한다. 순수한 즐거움으로 하는 활동이란 의미에서 놀이는 단순한 빈둥거림이 아니라 가장 지적이며 능동적인 활동이다. 그는 놀이에서 노동을 뛰어넘는 문화의 원리를 발견한다.

하나님이 꿈꾼 창조세계는 안식일의 영원한 축제이며 하나님과, 자연과 더불어 벗었으나 부끄럽지 않고 흉보지 않는 에덴의 놀이터였다.(창 2:25)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도 놀이로 충만했다. 예수의 첫 기적은 잔칫집에 바닥난 포도주를 채우신 것이다.(요 2:1~11) 밤새 노동에 지친 사람에게 마술 같은 퍼포먼스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하셨다.(눅 5:2~11) 종종 즉흥적으로 길을 정했고 동네 잔칫집에서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걸쭉한 입담과 해학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마 7:31)

바리새인은 그런 예수를 먹보와 술꾼이며 죄인들의 친구라고 비난한다.(마 11:19, 막 2:15~16, 눅 7:34) 경직된 경건을 목숨처럼 여긴 당대의 종교인들은 예수께서 벌인 놀이판의 훼방꾼이었다. 주님은 율법 밖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은혜를 놀이에 불러들였다. 예수는 그 은혜로 수치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이들에게 세상에서 당당하고 즐겁게 사는 법을 일러준다. 은혜는 그분과 누리는 게임의 법칙이다. 예수께서는 종말론적 파티로 우리 모두를 초대하신다.(계 19:19)

행복한 사람 주위에 있으면 덩달아 행복해진다. 특히 지도자의 행복은 아주 쉽게 전이된다. 아버지가 놀 줄 알아야 가족이 화목하다. 사장님이 놀아야 직원들이 즐겁다. 마찬가지로 목사님이 놀 줄 아셔야 교인들도 행복해지지 않을까.

무엇보다 놀이는 공동체를 만드는 가장 근사한 방식이다. 함께 논다는 것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고 기존의 관계를 깊게 한다. 원시적 계절 축제는 무리를 지어 춤추고 노래하는 공동체적 놀이였다. 구성원으로서 일체감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시공간을 제공한다. 강강술래나 줄다리기 같은 집단놀이에 참여하면 몸이 리듬에 맞춰 하나의 움직임에 동화된다. 그 순간 내가 아니라 우리로 존재하는 집합적인 몸을 만드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시편은 이상적인 예배의 모습으로 “주의 자녀들이 주의 전에서 즐거이 뛰어논다”고 표현한다. 우리에게 생기를 주는 놀이의 영은 교회 공동체와 그 안의 모임 가운데 현존한다. 예배는 엄숙하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실제로 그 안에는 놀이적 현상이 두드러진다. 놀이와 예배는 모두 우리를 특정 시공간에 머무르게 해준다. 이에 몰입할 때 우리는 일상의 자아를 넘어서는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공동체적 놀이는 공동체적 배움과 나눔으로 승화될 수 있다. 놀이는 피로와 경쟁에 지친 삶의 시스템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나는 교회가 즐거운 웃음소리가 가득한 성소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것이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천국의 진짜 모형일 테니까 말이다.

윤영훈(성결대 교수)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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