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하루도 거룩한 예배 현장이 될 수 있다

국민일보

사소한 하루도 거룩한 예배 현장이 될 수 있다

오늘이라는 예배/티시 해리슨 워런 지음/백지윤 옮김/IVP

입력 2019-05-24 00:02 수정 2019-05-2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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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들은 단 하루의 일상을 통해서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는 말씀을 실천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

단언컨대 일상 영성에 관해 이만 한 책은 없었다. 지난해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을 정도로 이 책은 사소한 하루가 얼마나 거대한 예배 현장인가를 생생하게 전한다. 간혹 외국 언론인이나 작가들이 ‘성경대로 살아보기’ 식으로 쓴 억지스러운 경험담과는 차원이 다르다. 엄마이자 아내인 저자는 자신의 하루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고전적 기독교 예배의 특별한 패턴들과 연결한다. 이를 통해 성과 속, 교회와 세상, 육체와 영혼, 주일과 평일 등으로 갈라진 이분법을 해체한다.


목차부터 보자. 잠에서 깸, 이 닦기, 열쇠 분실, 남은 음식 먹기, 남편과 다툼, 이메일 확인, 교통 체증 버티기, 친구와 통화하기, 차 마시기, 잠. 저자는 미국인 여성이지만 2019년 5월 24일 현재 한국인들도 똑같이 경험하는 일상을 예로 든다. 하루의 이 모든 순간이 기독교 영성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어린아이든 한 나라의 수장이든 잠에서 깨는 순간은 비슷하다. 잠옷 바람에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냄새나는 입으로 하품하면서 눈을 껌뻑인다. 잠에서 깨는 그 순간만큼은 그저 인간일 뿐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잠에서 깨어나 은총의 하루를 살아간다.

저자는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을 세례와 연결한다. 세례는 교회가 주는 첫 번째 은혜의 말씀이다. 세례는 어제의 죄에서 해방됐음과 내일의 약속을 보증받았음을 상징한다. 물 아래로 내려감으로 옛 자아는 그리스도 안에서 죽고, 물에서 올라옴으로 새롭게 된 자아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연합한다. 우리는 이렇게 매일 아침 세례받은 자들로서 잠에서 깬다. 잠에서 깨는 첫 순간부터 우리에게 은혜로 주어진 정체성으로 살아간다. 사랑을 받은 자로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저자는 “매일 아침 처음으로 맞이하는 그 부드러운 순간에는 그저 하나님께 사랑받는, 냄새나고 졸린 존재로서 다시 한번 은혜와 생명, 믿음을 선물로 받는다. 은혜는 신비이며 즐거운 우주적 스캔들”이라고 말한다.

아침의 침대 정리를 통해 하나님의 창조와 질서를 경험한다고도 고백한다. 미국인도 그렇지만 우리 역시 잠에서 깨어 씻을 때까지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확인하면서 이메일과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를 살핀다. 저자도 그런 생활을 했고 심지어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느라 우유를 달라는 아이들의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다 어느 사순절, 스마트폰을 치우고 침대 정리를 하기 시작한다.

정리된 침대 공간에서 조용히 앉아 성경을 읽고 기도한다. 침묵과 듣기, 그저 앉아있는 날도 있었다. 저자는 이를 매일 반복했고 어느덧 반복적 실천이 예전(禮典)이 됐으며 자신의 삶을 형성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런 행위는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화면을 ‘숭배하던’ 아침에서 벗어나 오늘을 창조하신 하나님과 만나는 생활로 바뀐 것이다.

한국교회엔 신앙을 무언가 위대한 것으로, 승리의 삶이 연속되는 것처럼 설명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하지만 인생이 영화가 아닌 것처럼 기독교인의 삶이 매일 롤러코스터는 아니다. 일상은 지루한 것이 아니라 거룩한 축제이며 신자들은 누구나 그 축제에 즐거이 참여할 수 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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