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변신’ 통신사 대리점, 도시재생에 힘 보태

국민일보

‘갤러리 변신’ 통신사 대리점, 도시재생에 힘 보태

전주 서노송동 SKT 전주지점, 청년작가 작품 전시 갤러리 열어

입력 2019-05-24 04:06

23일 전북 전주 서노송동 집창촌 거리는 인적이 드물고 어수선했다. 나란히 줄지어 선 낡은 성매매업소들의 시멘트 외벽은 쩍 갈라졌고 검은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슬레이트 지붕과 기와를 얹은 단층 건물이 많았는데 근처 식당과 세탁소, 이발소의 간판은 오래돼 빛이 바랬다.

이 집창촌에서 50m 떨어진 곳에 우뚝 솟아 있는 SK텔레콤 전주지점 빌딩이 대조를 이뤘다. 지역 통신 민원창구 역할을 하는 이 지점은 20년 전 이곳에 들어섰다. 은행 창구처럼 생긴 공간에서 개인 통화 내역 조회나 명의 변경 같은 고객 응대를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2일 전주지점에 예술 갤러리 역할을 추가했다. 지점 한 편에 있던 SK텔레콤 대리점을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사진)로 재단장했다. 스마트폰 매대 대신 스포트라이트와 그림·사진·디스플레이로 채웠다.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전주시의 서노송동 도시재생사업에 동참한다는 취지다. 전주시는 서울의 ‘문래동 창작촌’처럼 서노송동을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예술촌으로 바꿀 계획이다.

전주지점은 2개월에 한 번씩 작품을 교체한다. 이번 첫 전시는 지역 청년 작가 7명이 서노송동 집창촌을 주제로 만든 작품들로 꾸몄다. 작품들은 모두 구도심 속 외딴 섬 같은 서노송동의 모습을 묘사했다. 오래돼 누더기처럼 변한 시멘트 건물들과 철거 뒤 생긴 공터, 폐허였다가 되살아난 공원, 굴착기에 허물어진 건물 등의 모습이 담겼다.

성매매업소 리모델링 1호 건물인 책방 ‘물결서사’의 모습도 포함됐다. 물결서사는 성매매업소였다가 창고로 사용되던 건물을 전주시가 매입해 올해 초 리모델링한 곳이다. 건물의 골격은 그대로 둔 채 겉모습과 건물 안쪽을 새로 꾸몄다. 잿빛 슬레이트 지붕을 파란색으로, 회색 외벽을 흰색으로 덧칠했다.

서노송동 리모델링은 아직 초기 단계다. 물결서사 외에는 업소 몇 곳만이 리모델링 중이거나 준비 단계에 착수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그동안 집창촌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서노송동 도시재생사업 추진이 부담스러웠다”며 “이번에 SK텔레콤 전주지점 청년 갤러리가 이미지를 개선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통신요금 청구서를 활용한 ‘신예 작가 예술작품 알리기’도 추진한다. 2000만명 이상의 고객들에게 전달되는 종이·모바일·애플리케이션(앱) 청구서를 통해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전주=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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