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신경숙, 칩거 4년 만에 사과·작품 활동

국민일보

‘표절’ 신경숙, 칩거 4년 만에 사과·작품 활동

‘창비’ 여름호에 중편 발표

입력 2019-05-23 20:32

표절 파문 이후 활동을 중단했던 신경숙(56·사진) 작가가 4년 만에 독자들에게 사과하고 작품 활동을 재개했다. 신 작가는 23일 발간된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200자 원고지 220장 분량의 중편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발표하면서 ‘작품을 발표하며’라는 제목으로 별도의 글을 출판사 창비를 통해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그는 이 글에서 “젊은 날 한순간의 방심으로 제 글쓰기에 중대한 실수가 발생했고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한 채 오랜 시간이 흘렀다”며 “지금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저의 작가로서의 알량한 자부심이 그걸 인정하는 것을 더디게 만들었다. 4년 동안 줄곧 혼잣말을 해왔는데 걱정을 끼쳐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신 작가는 지난 2015년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의 일부 문장과 비슷하다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이후 활동을 중단했다. 이 논란은 문단 권력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고, 그 여파로 문학동네 등 주요 출판사들이 문예지 편집위원을 교체하고 문학3 등 새 문예지가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 추락으로 번지면서 문학 수요 자체의 침체를 가져왔다.

신 작가는 “지난 4년은 30년 넘게 이어진 제 글쓰기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본 길고 쓰라린 시간이었다. 새삼스럽게 작은 호의, 내민 손, 내쳐진 것들의 사회적 의미, 별것 아닌 것 같은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제일 마음이 쓰였던 것은 어디선가 글을 쓰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든든했던 동료들과 작품을 아끼고 사랑해준 동지 같았던 독자들께 크나큰 염려와 걱정을 끼쳤다는 점”이라며 “한 사람의 작가로서 비판의 글을 쓰게 하는 대상으로 혼란과 고통을 드려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는 절친한 문우였던 고(故) 허수경 시인을 애도하는 내용이다. 신 작가는 고인과 주고받은 이메일과 통화 내용을 작품에 일부 담았고, 칩거하는 동안의 심경과 앞으로의 다짐을 암시하는 부분도 곳곳에 녹아 있다.

신 작가는 “제가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지면을 통해 만나게 될 독자들의 눈빛과 음성”이라며 “저는 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니 차근차근 글을 쓰고 또 써서 저에게 주어진 과분한 기대와 관심, 많은 실망과 염려에 대한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신 작가는 현재 해외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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