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그룹 만난 김상조 “일감 몰아주기 더는 용납 안돼” 경고

국민일보

중견 그룹 만난 김상조 “일감 몰아주기 더는 용납 안돼” 경고

15개 그룹CEO와 정책간담회

입력 2019-05-24 04:03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중견 그룹 최고경영자(CEO)들과 정책간담회를 가진 뒤 손을 엇갈리게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불공정 하도급 거래의 근절을 역설했다. 앞줄 왼쪽부터 주원식 KCC 부회장, 김규영 효성 사장, 신명호 부영 회장직무대행, 석태수 한진 부회장, 김 위원장, 김준동 대한상의 부회장, 박근희 CJ 부회장, 이광우 LS 부회장, 이동호 현대백화점 부회장, 이원태 금호아시아나 부회장. 뒷줄 왼쪽부터 박길연 하림 사장, 박상신 대림 대표이사, 김택중 OCI 사장, 유석진 코오롱 사장, 여민수 카카오 사장, 이강인 영풍 사장, 김대철 HDC 사장. 권현구 기자

‘공정경제’의 칼날이 중견 그룹으로 옮겨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대 그룹, 10대 그룹에 이어 올해 들어 중견 그룹의 불공정행위를 조준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대형 그룹과의 간담회 때보다 경고 수위를 높였다. 일감 몰아주기,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지목하며 “더는 용납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5개 중견 그룹 최고경영자(CEO)와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참석 기업은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집단 11~34위 가운데 금융전업그룹과 총수가 없는 집단 등을 제외한 한진, CJ, 부영, LS, 대림, 현대백화점, 효성, 영풍, 하림, 금호아시아나, 코오롱, OCI, 카카오, HDC, KCC다. 최근 총수가 조원태 회장으로 바뀐 한진에서는 석태수 부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매물로 내놓은 금호아시아나에서는 이원태 부회장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행위 근절을 강조했다. 그는 “일감 몰아주기와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는 대기업 이익을 위해 중소 협력업체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 권익을 부당하게 희생시키는 그릇된 관행이다. 이제 더는 우리 사회에서 용납돼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 수위는 과거 대기업 CEO 정책간담회 때보다 강했다. 그는 “일부 대기업 계열사들이 일감을 독식하는 과정에서 관련 분야의 독립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공정한 경쟁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 그 결과 혁신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뿐만 아니라 존립할 수 있는 근간마저 잃어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날 참석한 기업들은 공정위 조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 공정위는 이달 초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대림산업 이해욱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림과 금호아시아나, 효성 역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 위원장은 “경쟁의 부재(不在)는 대기업 자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기업의 핵심역량이 훼손되고 혁신성장의 유인을 상실해 세계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를 뿌리뽑기 위해 관련 부처와 입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그룹마다 주력 업종이 다르고, 규모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경쟁법을 집행할 때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면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자산 10조원이 넘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편입된 카카오 여민수 사장은 김 위원장의 모두발언 직후 기업 측 첫 발언자로 나와 공정위의 경직된 행태를 지적했다. 여 사장은 “같은 사업에서도 해외 글로벌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만 규제를 적용받는 경우가 있고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부딪치는 경우도 있다”며 “과거 산업에선 필요한 규제였지만 IT혁명기에는 예기치 않게 새로운 산업의 탄생과 발전을 막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의 최근 설전을 의식한 듯 방송통신위원회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논의하겠다는 원칙적 입장만을 얘기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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