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쑤신 듯한 주미대사관… ‘유출’ 외교관 이번 주 초부터 업무서 배제돼

국민일보

벌집 쑤신 듯한 주미대사관… ‘유출’ 외교관 이번 주 초부터 업무서 배제돼

불법으로 통화 내용 열람땐 파장 더 커… 내주 감사원 정기 감사 ‘고강도 예고’

입력 2019-05-24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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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 K씨는 이번 주 초부터 업무에서 배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대사관이 청와대 감찰 결과를 미리 넘겨받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K씨는 이번 주 초부터 대사관에 출근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대사관 관계자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업무를 담당하던 K씨가 갑자기 업무에서 손을 떼고 출근하지 않았다”며 “청와대의 연락을 받고 K씨가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유출했다는 사실을 파악한 주미대사관이 K씨에게 업무 배제를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극히 일부 대사관 관계자들을 제외하고는 K씨가 기밀을 유출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주미대사관은 다음 주부터 2주간 감사원의 정기 감사가 예정돼 있다. K씨 사건과 맞물려 고강도 감사가 예상된다. 5년 만에 이뤄지는 감사원의 현지 실사 감사라고 한다. K씨 사건을 계기로 외교 관료들에 대한 여권의 불만과 의심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강도 높은 감사를 통해 외교 관료 다잡기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K씨가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알게 된 경위는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현재로선 합법적 권한을 갖고 주미대사관에서 입수한 정보를 강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그러나 K씨가 몰래 불법적으로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열람했다면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주미대사관은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K씨가 보수 성향을 가끔 드러내긴 했지만 매우 점잖은 사람”이라며 “그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정보 유출과 청와대 감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특파원과의 통화를 피하는 대사관 직원도 많았다. 일부 관계자들은 “지금은 통화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이해해달라”거나 “할 말이 없다”며 말문을 닫았다. 다른 관계자는 “주미대사관이 북한 비핵화 협상 업무의 최전선에서 죽도록 고생했는데, 북·미 대화도 막힌 상황에서 이런 일까지 터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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