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판 세컨더리 보이콧에 휘청이는 화웨이 폰

국민일보

IT판 세컨더리 보이콧에 휘청이는 화웨이 폰

ARM·파나소닉도 거래 중단 동참… 장기화 땐 제조·판매 길 모두 막혀

입력 2019-05-23 19:18 수정 2019-05-23 21:36
한 시민이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화웨이 매장 옆을 지나고 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구글, 퀄컴, ARM 등 주요 IT 업체들이 부품과 서비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렸다. AP뉴시스

미국 우방 IT 업체들의 ‘세컨더리 보이콧’이 확산되면서 화웨이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궁지에 몰리게 됐다. 장기화할 경우 스마트폰을 만들지도,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 ‘2020년 세계 1위’ 목표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ARM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키로 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행보에 동참하는 차원에서다. ARM은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2016년 234억 파운드(약 35조원)에 인수했다.

ARM과의 단절은 화웨이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앞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기린’ AP를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고 있다. 기린이 직접 설계한 AP이긴 하지만 ARM의 반도체 코어 설계를 가져다 수정해 사용한다. 따라서 ARM의 코어 설계가 없으면 사실상 기린을 만들 수 없게 된다.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AP 없이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는 세계 최대 AP 업체인 퀄컴으로부터 칩을 받을 수 없다. 그렇다고 화웨이가 삼성전자, 미디어텍 등 다른 업체의 AP를 사용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의 운명이 손정의 회장 손에 달린 셈이다.

화웨이는 기린 AP 생산을 대만 TSMC에 맡기고 있다. 만약 TSMC까지 제재에 동참하게 되면 화웨이는 절벽에 몰리게 된다. TSMC는 이날 입장을 통해 “당분간 화웨이에 대한 공급은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며 “미국의 결정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전자업체 파나소닉도 이날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영국과 일본 통신사들은 화웨이 스마트폰 출시를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일본 KDDI와 소프트뱅크는 이달 말 출시 예정이던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 ‘P30 라이트’ 판매 계획을 철회했다. NTT도코모도 올 여름 판매할 예정이었던 화웨이 ‘P30 프로’ 등의 예약 접수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BT, 보다폰 등은 올해 말 화웨이의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대만에서도 화웨이 보이콧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만언론에 따르면 중화텔레콤, 타이완모바일, 파이스톤, 아시아퍼시픽텔레콤, 타이완스타텔레콤 등 대만의 5개 이통사도 화웨이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만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을 막 구매한 이용자들의 환불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이통사들도 화웨이 스마트폰을 판매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는 “화웨이 최신폰은 출시를 검토한 적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단 지금까지 화웨이 스마트폰 일부를 판매해 왔던 KT의 경우 기존 모델에 대한 판매는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