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덕분 소득 격차 완화… ‘쓸 수 있는 돈’은 0.5% 감소

국민일보

나랏돈 덕분 소득 격차 완화… ‘쓸 수 있는 돈’은 0.5% 감소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발표

입력 2019-05-24 04:03

정부의 가계소득 증대 정책이 ‘소득 격차’를 4배 좁힌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 20%(5분위)와 하위 20%(1분위)의 격차가 9.91배에서 5.80배로 줄었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정책 효과’다.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현금성 복지 확대가 만든 성과다.

하지만 정부 노력에도 가계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가처분소득)은 1년 새 0.5% 감소했다. 취업난은 근로소득, 자영업 불황은 사업소득 증가를 막고 있다. 정부가 나랏돈으로 벌어지는 소득 양극화를 가까스로 좁히고 있지만, 경기침체의 파도를 넘지 못하는 모양새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월평균 가계소득은 482만6300원으로 집계됐다. 소득 하위 20%는 월평균 125만4700원, 상위 20%는 992만5000원을 벌었다. 소득 상·하위의 격차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은 5.80배를 기록해 매년 1분기를 기준으로 4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상·하위 소득 격차가 줄어든 건 ‘좋은 지표’다. 1등 공신은 공적이전소득(국가가 개인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통계청은 올 1분기 공적이전소득을 제거한 상·하위 소득 격차(시장소득 5분위 배율)의 경우 9.91배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역대 최고 수치다. 최악의 소득 양극화가 빚어질 상황에서 ‘나랏돈’이 가계소득을 보충해 종합적인 소득 격차를 5.80배로 줄인 것이다.

공적연금,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은 전체 가계의 소득을 끌어올렸다. 공적이전소득의 1분기 증가율은 23.8%로 전년 동기(11.2%)보다 배가량 늘었다. 소득분위별로 5분위를 빼고 1~4분위에서 증가율이 지난해 1분기보다 커졌다.

노인일자리 사업도 힘을 발휘했다. 정부는 저소득 가구에 고령층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공공일자리를 확대하고 있다. 노인들이 많은 1인 가구의 근로소득은 지난해 1분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뒤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증가율은 12%다.

그러나 ‘재정 확대 효과’는 시장을 이기지 못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0.8%에 불과했다. 공적이전소득이 더해졌는데도 1분위 전체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2.5% 줄었다. 지난해 1분기 -8.0%와 비교하면 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근로소득만 놓고봐도 1분위는 -14.5%라는 숫자를 받아들었다. 자영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2분위의 전체 소득은 4.4% 증가에 그쳤다. 더욱이 2분위에 있던 자영업자들이 사업 부진으로 소득이 줄면서 1분위로 추락했다. 올 1분기엔 고소득층의 소득 증가세도 꺾였다. 지난해 대기업들이 상여금을 연초에 준 탓에 상대적으로 올 1분기 ‘월급’이 적어 보이는 기저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결국 저소득 가구(1~2분위)의 소득 개선은 더디고, 고소득층의 소득 증가세가 일시적으로 꺾이면서 올 1분기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0.5%’를 나타냈다. 마이너스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가처분소득은 세금 등 꼭 지출해야 할 부분을 빼고 가계가 실제로 소비활동에 쓸 수 있는 ‘돈’이다. 가처분소득 감소에는 세금 등 비소비지출이 8분기 연속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정부가 다양한 정책으로 가계소득을 뒷받침하면서 저소득층의 소득 급락세는 멈춘 느낌”이라며 “다만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 시장소득은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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