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통합을 위해선 정치적 손해 감수한 분”

국민일보

“원칙과 통합을 위해선 정치적 손해 감수한 분”

노무현 10주기, 시민의 목소리

입력 2019-05-23 18:49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권양숙 여사를 만나 자신이 직접 그린 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를 전하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친절하고 따뜻하며 인권에 헌신한, 자신의 목소리를 용기있게 낸 강력한 지도자의 모습을 그렸다”고 말했다. 김해=이병주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식이 열린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폭염주의보 속에서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시민 2만여명이 모였다.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며 ‘원칙과 소신’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타협과 통합의 정치’를 말했다. 저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는 조금씩 달랐지만 ‘사람 사는 세상’을 희망하는 목소리는 같았다.

전북 전주에서 온 노진군(60)씨는 “노 전 대통령은 지금처럼 정국이 막혔을 때 시원하게 담판 짓고 풀었던 것 같다”며 “대연정 제안도 그렇고 야당과 대화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온 위규태(48)씨도 “노 전 대통령이 지향한 철학은 원칙과 통합”이라며 “지금 정치권의 다툼은 통합을 위한 극한의 과정이지만 곧 화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울산에서 온 강혜경(54·여)씨는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속한 정파나 정당이 손해를 보더라도 조금 더 양보할 수 있는 분이었다”며 “정치권이 사사로운 이익을 내려놓고,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노 전 대통령의 철학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을 ‘반칙에 반대한 정치인’ ‘소신의 정치인’으로 기억하는 시민도 많았다. 충북 청주에서 온 안상기(61)씨는 “노 전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을 없애려고 노력한 분”이라며 “지금은 김영란법 등이 제도화되면서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을 때보다는 반칙이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박모(43)씨는 “뚜렷한 소신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고집했다는 점이 현재 정치인 모습과 대비된다”며 “때로는 자기 지지층을 잃을 수 있는 정책이라고 해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밀어붙였다”고 강조했다.

10주기 추모 슬로건이 ‘새로운 노무현’인 만큼 원망과 비통보다 희망과 새로운 가치를 말하기도 했다. 인천에서 온 권경자(63)씨는 “노 전 대통령이 말한 ‘사람 사는 세상’이 조금씩은 만들어져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법칙이나 규범, 내가 낸 세금만큼 누리며 살아가는 것 등 노 전 대통령이 다방면으로 변화의 시작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에서 온 이현호(49)씨도 “(서거 이후) 10년 동안 세월이 야속하지 않을 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며 “편한 마음으로 노 전 대통령을 기억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5살 딸아이와 함께 추도식을 찾은 이경실(33)씨는 “제가 생각하는 노 전 대통령의 가치는 거창한 것을 추구하는 것보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잘 지켜나가자는 것 같다”며 “노 전 대통령이 처음 봉하마을로 귀향하자마자 쓰레기 치우는 일부터 했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2년 전부터 딸아이 이름으로 노무현재단에 후원을 하고 있는데 이 아이가 훗날 ‘깨어 있는 시민’으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봉하마을은 이날 온통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물결로 넘실거렸다. 노란색 반팔티셔츠를 입은 시민들, 노란 바람개비, 노란 우산을 든 시민들이 마을 곳곳을 가득 메웠다. 봉하마을까지 들어가는 진입로가 꽉 막혀 2~3㎞ 전부터 수많은 추도객이 줄을 지어 들어갔다. 시민들은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 발 디딜 틈 없이 모여 땀을 흘리고, 몸을 부대끼는데도 밝은 표정이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노 전 대통령의 말을 기억하는 시민들이었다.

김해=신재희 김성훈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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