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실형 이유, 법원 “움직일 수 없는 증거들 있다”

국민일보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실형 이유, 법원 “움직일 수 없는 증거들 있다”

“아빠는 유출했고, 쌍둥이 딸은 암기해 시험”

입력 2019-05-24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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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사건 1심 선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서울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의 장본인인 전 교무부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아빠가 시험 답안을 유출했고 쌍둥이 딸이 이를 암기해 시험을 봤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23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현모(50)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7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이 판사는 “이 사건 범행으로 교육현장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졌다”고 질타했다.

현씨는 숙명여고 교무부장으로 근무하던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차례 교내 정기고사 답안을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쌍둥이 딸에게 알려줘 성적 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현씨와 딸들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 모두 노력으로 실력을 향상시킨 것이며, 모함을 받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사는 우선 정기고사 출제 기간 내 현씨의 의심스러운 행적에 주목했다. 밤 늦게 퇴근하거나 주말 출근을 하고도 초과 근무 장부에 이를 기재하지 않은 점, 현씨 뒷자리에 출제서류를 넣어두는 금고가 있었고 결재권자인 그가 금고에 충분히 접근할 수 있었던 점을 언급했다.

이 판사는 딸들의 의심스러운 성적 향상도 짚었다. 2017학년도 1학년 1학기에 언니는 전교 석차 121등, 동생은 59등이었다가 지난해 2학년 1학기에는 각각 문과와 이과에서 전교 1등을 차지했다. 이 판사는 “정기고사 성적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지만 모의고사나 학원 레벨테스트에서는 동반해 상승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딸들의 메모장과 답안 내용 등 여러 물증도 유죄 인정의 근거가 됐다. 시험지에 작고 연한 글씨로 열 맞춰 적은 숫자들, 자택에서 발견된 메모장에 적힌 숫자들에 대해 이 판사는 “선택형 답안으로 보이는 숫자들을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두 딸이 동시에 정정되기 전 답안을 써낸 점, 교사가 실수로 적은 모범 답안을 그대로 적어낸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동생이 전교에서 혼자 만점을 받은 물리1 과목에서 풀이과정이 전혀 없었던 점을 지목하며 “1년 전까지만 해도 풀이과정을 써도 고득점을 받지 못하다 암산만으로 만점을 받을 천재적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고 판시했다.

정시 확대를 주장해온 학부모들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폐지를 요구했다. 정시확대추진 학부모모임은 “개인의 일탈로만 봐서는 안 된다. 입시제도의 문제점 즉 학종의 폐단이 확인된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며 “(쌍둥이 딸이 전교 1등을 하려면) 수행평가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받아야 하므로 다른 교사들의 협조 여부도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수자녀 및 친인척과 관련한 대학 감사에서 (입시부정) 사건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대학 자율성 운운하며 학종을 유지하는 건 교육부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학생들의 정직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악질 비리다. 수능 위주로 대입 정책을 전환할 것을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대입개편 갈등은 ‘정시 30%룰’(대학들이 정시 비율을 30% 이상 유지)로 어정쩡하게 봉합된 상태다. 숙명여고 사건은 향후 전개될 고교학점제용 대입 개편 논의에서 정시 확대의 강력한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대입제도 개선과 관련한 아전인수식 백가쟁명식 주장이 확산되는 걸 경계해야 한다. 대입제도 개편은 단편적 대증적 처방이 아닌 학부모 교사 학생의 관점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예측 가능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가현 이도경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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