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대세, 타이밍, 흐름

국민일보

[시온의 소리] 대세, 타이밍, 흐름

입력 2019-06-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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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목사님. 저는 목사님의 하나님과 조국을 향한 의협심, 그리고 용기를 대단히 존경합니다. 이 시대에 목사님같이 의협심과 용기로 똘똘 뭉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 의협심과 용기가 표현되고 나타나는 방법은 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칫하면 반기독교 세력의 프레임에 걸려들기 때문입니다.… 비둘기처럼 순수해야 하지만 뱀처럼 지혜로워야 할 때라고 봅니다.”

이는 내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어느 목사님께 드린 문자다. 그는 정말 사나이 중의 사나이고 의리 있는 분이다. 성경의 가치와 진리를 지키는 일에는 두려움이 없고 훼손하는 이에겐 거침없이 항거하는 분이다. 그야말로 한국교회를 지키는 사상전, 문화전의 영적 기수요 ‘퍼스트 리더(first leader)’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를 지키는 방법과 전략에 있어서는 진중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분의 사역 방법에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왜냐하면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의 이론대로 현대사회는 문화적 헤게모니와 프레임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조직이나 매파가 있고 비둘기파가 있다. 장 칼뱅 곁에도 윌리엄 파렐(William Farel)과 같은 과격한 매파가 있었고 마틴 부처(Martin Bucer) 같은 온건한 비둘기파도 있었다. 칼뱅이 주저할 때는 파렐이 과격한 말을 통해 종교개혁을 다시 시작하게 했고 부처는 온건한 말과 영향력을 통해 균형을 잡아 줬다.

나도 한때는 매파의 강력한 기수였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 충분히 소통하고 설득해야 할 때는 비둘기파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즘은 몇 사람이 옳은 소리를 과격하게 지르면 오히려 공격의 빌미만 주고 실(失)이 많다. 그래서 최근 매의 부리와 발톱을 숨기고 시대상황에 따라 비둘기파가 돼 소통과 설득의 다리 역할을 했다. 그렇게 해서 한국교회 생태계의 둑을 지키는 데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

전략가라면 어느 시대든 상황과 흐름을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이순신 장군이 부산전투에 가담하지 않고 왜 가만히 있었겠는가. 그는 때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리고 대세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전 대표는 반동성애 운동과 교회 생태계를 지키는 사역에 큰 도움을 주신 분이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정치는 대세를 만들고 타이밍을 잡은 후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정치인은 이 세 가지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용기와 의협심을 갖고 한국교회를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요즘 같은 상황에선 너무 정파적으로 가거나 과격한 언어를 쓰다 보면 한국교회 전체가 욕을 먹고 도맷값으로 공격받을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먼저 연합해 대세를 구축해야 한다. 개별적으로 톡톡 튀는 것보다 함께 대세를 형성한 후에 타이밍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타이밍을 포착해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이분법적 사고나 정파적 스탠스에 빠지면 위험하다. 좌든 우든 우리의 선교 대상이다. 물론 내가 문자를 드렸던 목사님도 소중한 분이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그분을 형님으로 부르며 그분의 의협심과 용기를 대단히 존경한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빼앗긴 것은 되찾을 수 있지만 내어 준 것은 돌려받을 수 없다”는 대사가 나왔다. 우리도 성경의 진리와 가치, 자유를 위해 싸우다 보면 밀릴 수도 있고 잠시 빼앗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내어주는 것보다는 더 나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발적 도발보다는 연합해 대세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용기와 의협심을 연합기관부터 하나로 만드는 데 먼저 써야 한다. 그다음 타이밍을 잡은 후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시대적 대세를 만들고 타이밍을 붙잡으며 흐름을 만들어야 할 때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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