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39)] 박명규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국민일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39)] 박명규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반공 대신 평화로 패러다임 전환을”

입력 2019-06-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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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규 서울대 교수가 지난 1일 서울의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남남갈등 해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최근 대북 인도적 지원을 둘러싸고 또다시 남남(南南)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달 4일과 9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갑론을박이 치열했다. 남남갈등을 해소하며 동시에 평화통일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묘책이 있을까. 박명규(64)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지난 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연구실에서 만났다.

박 교수는 “대북 식량 지원과 남남갈등은 분리해서 봐야 하는 사안”이라며 “인도주의적 지원은 보혁이 갈등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남남갈등은 발생하는 원인에 따라 해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정치권이 편을 가르기 위해 남남갈등을 만드는 경우, 우리 정치가 한 단계 진화하는 게 해법”이라며 “국민 간 시각차로 갈등이 생기는 경우에는 서로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며 공통분모를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통일의식조사를 해 보면 대북 지원 사안에서 진보와 보수 간 의견차가 그리 크지 않다. 현 상황은 의견 차이보다 정치적 레토릭(수사)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 간 이견으로 생기는 남남갈등은 양보하고 토론해 합의를 이루는 방향으로 간다면 해소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선 사안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 또한 중요하고 했다. 그는 “정부 등 권력층이 여유와 배려로 상대를 끊임없이 설득하려는 민주적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며 “그래야 서로 다른 생각의 공존과 타협이 쉽게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남북 통합 역시 남남갈등 해법과 같은 원리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민족 정서를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서로의 다름을 수용하는 민주적 자세 또한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서독의 민주시민 교육은 훗날 동독 사회를 포용하는 원동력이 됐다”며 “우리가 먼저 타협과 공존의 문화를 성숙해 나간다면 남북의 통합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에 대해선 반공주의 대신 평화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요청했다. 그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은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일부 보수 교회가 남남갈등의 한 축인 것처럼 비치는 게 현실”이라며 “교회가 포용정신과 민주적 역량을 갖춘 사회적 인프라로 거듭날 때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민족·종교사회학을 전공하고 2006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을 설립한 사회학자다. 설립 당시부터 10년간 원장을 지내며 ‘통일의식조사’ ‘남북통합지수’ 등 한반도 통일과 관련된 객관적 데이터를 사회에 제공하는 데 힘썼다. 그는 4대째 신앙 가문에서 자란 모태신앙인이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고도 강력한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의 역동성을 학문적으로 규명코자 사회학을 전공했다. 어린 시절 즐겨 듣던 구약성경 이야기에서 영향받아 민족 분단과 통일 연구를 시작했다.

글·사진=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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