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진리도 현재에 맞게 이미지와 이야기로 번역해 한국인의 마음 움직여야”

국민일보

“성경의 진리도 현재에 맞게 이미지와 이야기로 번역해 한국인의 마음 움직여야”

알리스터 맥그래스 옥스퍼드대 석좌교수 ‘조너선 에드워즈’ ‘CS 루이스’ 특강

입력 2019-06-0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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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터 맥그래스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교수가 3일 경기도 안양 열린교회에서 인터뷰를 갖고 “복음의 진리를 한국 상황에 맞는 이야기로 바꿔서 전달하라”고 말하고 있다. 안양=송지수 인턴기자

“이미지와 스토리로 복음을 번역하라.”

세계적 석학인 알리스터 맥그래스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교수가 한국의 크리스천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맥그래스 교수는 3일 경기도 안양 열린교회(김남준 목사)에서 개최된 ‘조너선 에드워즈 콘퍼런스’ 현장에서 인터뷰를 갖고 “성경의 진리를 현대적 상황에 맞게 번역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적 상황에 맞는 이미지와 이야기를 발굴해 한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라”고 밝혔다.

맥그래스 교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사람들은 ‘이것이 진짜 작동하는가’를 묻는다”며 “신자들은 기독교 신앙이 자신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이야기(간증)를 해줌으로써 신앙이 말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믿음 체계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그는 과거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 여왕을 만나 악수하며 설교했던 일을 떠올리며 “여왕과의 악수가 특권처럼 여겨졌다. 내가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여왕이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한 것이었다”며 “이 장면은 우리 인간이 아무 자격이 없지만, 하나님이 찾아와 구원의 손을 내미셨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음의 현대적 번역 필요성을 언급하며 “교회와 신자는 ‘도구상자(tool kit)’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이날 ‘조너선 에드워즈, 학문과 교회를 위한 신학자’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기독교 신학 형성에 공헌한 에드워즈의 업적 중 하나로 이성의 시대에 복음의 근본인 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죄성을 밝히 드러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18세기 미국은 명목상의 신자들이 많았고 심지어 목회자들도 복음을 알지 못했다. 벤저민 프랭클린으로 대변되는 계몽사상은 하나님보다 인간의 노력을 중시했다.

그는 “에드워즈는 이런 시대에 삼위일체 교리와 신학적 회복 개념으로 복음을 선포했고 이는 대각성 운동으로 이어졌다”며 “에드워즈는 기독교 신앙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초월적 존재인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2008년과 2012년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을 찾은 맥그래스 교수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이성과 상상력의 대화: 신학과 목회를 위한 루이스의 중요성’을 강연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에드워즈와 CS 루이스를 포함해 아타나시우스 아우구스티누스 안셀름 아퀴나스 루터 칼뱅 츠빙글리 바르트를 ‘세계 10대 신학자’로 꼽은 바 있다.

그는 초대교회 교부인 리옹의 이레나이우스 대신 루이스를 포함할 정도로 루이스에 각별하다. 그 이유에 대해 “루이스는 이미지와 이야기를 통해 복음을 번역한 신학사상가였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인 오늘날에도 루이스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단언했다. 맥그래스 교수와 루이스는 많이 닮았다. 둘 다 아일랜드 벨파스트 출신으로 무신론자였다가 기독교로 회심해 복음을 변호하는 삶을 산다. 다만 루이스는 영문학자로, 맥그래스는 자연과학자라는 차이가 존재한다.

맥그래스 교수는 “내가 무신론자에서 벗어난 결정적 요인은 기독교가 순전하게 지적이었기 때문”이라며 “무신론은 설득력 있는 비전을 주지 못했고 옳다는 것을 입증할 수도 없었다. 무신론 역시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신념에 불과했다”고 회고했다.

전투적 무신론자로 불리던 리처드 도킨스와의 논쟁도 소개했다. 그는 “도킨스는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하라고 요구하는데, 그렇다면 하나님이 안 계신다는 것도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은 그것을 증명하지 못하면서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만 증명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도킨스는 2012년 당시 캔터베리 대주교였던 로완 윌리엄스와의 ‘믿음의 증명’ 논쟁 이후 스스로 무신론자에서 불가지론자로 남겠다고 선언했다”고 소개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기독교의 미래’ ‘기독교, 그 위험한 사상의 역사’ 등의 저서에서 향후 기독교를 예견한 바 있다. 그는 다시 같은 제목으로 책을 쓴다면 결론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20년 전에는 없던 새로운 질문과 이슈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사람들은 페이스북에서 자신을 행복하게 묘사하지만, 삶의 어두운 측면은 회피하려 합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기독교적 답을 제시해야지요.”

안양=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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