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재산 놓고 싸우느니 빈손으로 나가겠다”

국민일보

“교회 재산 놓고 싸우느니 빈손으로 나가겠다”

목회는 영권(靈權)이다 <9>

입력 2019-06-0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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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 목사가 2009년 4월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개척한 송도가나안교회. 김 목사는 극심한 분쟁을 겪던 인천의 모 교회를 사임하고 월세로 2층 상가를 얻어 개척했다.

“내 영이 이곳을 떠났다!” 분명한 하나님의 음성이었다. 그때 나는 이렇게 기도했다. “주님, 그렇다면 제가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럼 제가 떠나겠습니다.”

이날 반대파들이 예배를 드리지 못하게 하느라 꽹과리를 쳤다. 신학교도 나오지 않은 가짜 목사라고까지 나를 음해했다. 졸업장과 졸업앨범까지 보여줘도 위조라며 괴롭혔다. 심지어 허위 고소까지 했다. 교회 개혁과 갱신이라는 이름으로 기득권과 재산에 눈이 먼 사람들의 추악한 행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기도했다. “진리를 위한 싸움이라면 목숨이라도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 재산을 두고 싸우는 것이라면 더 이상 싸우지 않겠습니다.”

2년 전 춘천에서 기도하다가 경제의 관문인 송도국제도시에 선교의 관문이 되는 교회를 세워야겠다는 꿈이 생각났다. 이튿날 월요일 아침 송도로 차를 몰았다. 송도에 교회를 세우라는 하나님의 뜻이 계신다면 예비한 장소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송도로 들어가는 첫 다리를 건너자 부동산이 있었다. 교회 자리를 알아봤다. 예비된 장소는 없었다. 다 돌아보고 허탈한 마음으로 뒤돌아가던 중 마지막 모퉁이에 비워진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그 건물 1층에 부동산이 있었다. “이 건물 2층이 비어 있던데 교회가 가능할까요?” 부동산 주인이 바로 건물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증금 2억원에 월 250만원을 달라고 합니다.” “그럼 등기부 등본 확인을 좀 해주십시오.”

3일 전에 건축 회사에서 공사비를 받지 못해 26억원의 가압류를 걸어놓은 게 확인됐다. 그 결과 보증금을 많이 넣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보증금 2000만원에 월 450만원으로 잠정 결정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튿날 장로 한 분이 나를 찾아왔다. “김 목사님, 저희 장로들끼리 의논을 좀 했습니다. 어쨌든 교회에서 이탈하는 쪽에 30억원을 주기로 했습니다. 이곳에 남겠습니까. 아니면 30억원을 받고 나가시겠습니까.” “필요 없습니다. 저는 숟가락 하나도 갖고 나가지 않습니다. 나가되 빈손으로 나갑니다.”

그러자 나를 지지하던 성도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저 악한 놈들에게 교회 재산을 다 줄 수 없습니다. 우리가 헌금을 더 많이 했습니다. 목사님, 개척하시려면 여기서 가까운 곳에 해 주십시오.”

그때 이렇게 말했다. “교회 재산을 나누지 마십시오. 나는 여기에서 가까운 곳에 개척도 하지 않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교회 재산을 나눠 나오신다면 다른 목사님을 청빙하고 교회를 세우십시오. 나는 그 돈을 받지 않습니다.”

내가 이렇게 한 것은 현실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크게 두 가지를 생각했다. 첫째, 장로들이 주는 돈을 받으면 또다시 ‘바지사장’이 돼 소신 있는 목회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싸워서 재산을 나눈 그 자금으로 교회를 개척하면 당장 처음에는 편할 수 있겠지만 과연 하나님의 축복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10년 뒤를 생각해보니 그 돈을 받아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길바닥에 나앉는 일이 있더라도 빈손 들고 오직 복음의 능력으로 교회를 세운다.’ 세상 앞에 돈 없어도 개척할 수 있고 복음의 능력으로 교회가 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성도들에게 선포했다. “여러분, 제발 싸우지 마십시오. 나는 이곳을 떠납니다. 하나님의 영이 이곳을 떠났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면 어디로 가시는 것입니까.” “송도국제도시로 갑니다.”

송도국제도시는 그곳에서 버스를 타면 1시간, 택시로 40분 거리에 있었다. 그러자 나를 지지하던 성도들이 교회 버스라도 가져가게 해달라고 했다. 그때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깨끗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거부했다. 성도들이 수십년 신앙생활을 한 교회가 바로 집 앞에 있는데 그것을 다 버리고 송도까지 오시라고 할 순 없었다. 그것도 상가교회로 말이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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