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피플] 세계적 성악가 사무엘 윤 고신대 석좌교수

국민일보

[미션&피플] 세계적 성악가 사무엘 윤 고신대 석좌교수

“하나님 미소 가진 제자 세우렵니다”

입력 2019-06-0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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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윤 고신대 석좌교수가 최근 부산 영도구 캠퍼스 사무실에서 후학 양성을 위한 자신의 소명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강민석 선임기자

베이스 바리토너답게 묵직한 체격과 강렬한 눈빛, 거칠고 덥수룩한 턱수염. 무대 사진 속의 그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사무엘 윤(48) 고신대 석좌교수. 그는 2012년 독일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주역을 맡았고, 독일 쾰른 오페라극장 종신 성악가로 인정받았다. 선과 악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표현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그가 지난 3월 이 학교 음대 석좌교수로 부임했다. 윤 교수를 최근 부산 영도구 고신대 캠퍼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윤 교수는 사진 속 모습과 달리 누구보다 순종적인 ‘하나님의 종’이란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전 세계 무대를 누비며 살기에도 바쁜 그가 한국, 그것도 부산의 한 대학으로 온 이유를 궁금해했다. 공연료와 강습비만으로도 해외에서 잘 살 수 있었지만, 그는 이곳에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이유를 물었다.

윤 교수는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역시 사무엘 윤답다’고 한다”며 껄껄 웃었다. 이어 “친하게 지내는 한 부부를 만나러 부산에 종종 왔는데 그때마다 하나님께서는 음악을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만나게 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그 부부뿐 아니라 청년들도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도 세상에서 가장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며 “하나님께선 이들처럼 자기 얼굴에 하나님의 미소를 간직하려 애쓰는 젊은이들을 자주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들과 음악과 신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해 온 그는 지인을 통해 안민 고신대 총장을 소개받았다. 안 총장과 얘기를 나누며 그가 가진 선한 뜻과 ‘하나님의 미소를 가진 후학 양성’이라는 자신의 소명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계기로 고신대 부임을 전격 결정했다.

그는 성악가는 자신의 색깔을 표현하는 것이 정확해야 하며 그 색깔과 스펙트럼은 24시간 어떠한 삶을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윤 교수는 “무대 위에서 제가 선보이는 모든 음악의 색깔도 그동안 살면서 만난, 어려운 환경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의 미소를 잃지 않았던 사람들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미소를 지닌 학생들을 찾는 데 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고신대에 오기 전 2015년부터 매년 마스터클래스를 가졌다. 쾰른 오페라극장의 젊은 성악가 양성 프로그램인 ‘오페라 스튜디오’에 참여할 성악가를 뽑는 자리였다. 그는 “지금까지 5명을 선발했는데 모두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눈빛을 가진 이들이었다”며 “긍정적이고 선한 마음씨를 가진 아이들이었다. 이건 연습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실력과 인성 그리고 바른 신앙을 가져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번은 마스터클래스에서 갑작스럽게 추가 곡 미션을 준 적이 있다. 놀란 학생들은 악보를 구하랴, 발성 연습을 하랴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 한 학생만 자신의 악보를 복사해 악보가 없는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결국 그 친구가 뽑혔다. 물론 노래도 잘했다고 한다.

그는 “음악적 성공의 목적이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면 세상을 향해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면서 “제 앞에서 순간의 반짝거림을 보여주며 ‘불꽃놀이’를 하려는 청년들이 가끔 있는데, 그런 요행을 바라면 오래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3년간 해외공연 일정이 잡혀 있다. 그래도 공연이 아니라 가르치는 일이 우선이다.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극장에서 공연할 때는 막간에 제자를 불러 가르친 적도 있다. 그는 매일 분투하며 살아내는 제자들의 삶과 이야기 앞에 자신의 삶은 그저 좁쌀만 한 것이라고 낮췄다. 제자들에게 하나님이 주신 미소를 찾아주겠다고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유다.

부산=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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