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교회여, 다시 민족의 횃불이 되라

국민일보

[기고] 한국교회여, 다시 민족의 횃불이 되라

입력 2019-06-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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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이 나라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이 틈을 타서 이단들은 기성교회를 위협하며 염려스러울 정도로 성장해가고 있다. 그런데도 교회가 스스로 변화하지 못하고 불미스러운 뉴스들을 생산하며 전도의 문마저 닫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가가 끝이 보이지 않는 갈등과 혼란에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국민에게 아무런 희망도 위로도 전하지 못하고 있다.

교회가 다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조선 말에 들어온 복음이 어떻게 민중들의 희망이 됐는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랜 정쟁과 외세의 간섭으로 국력이 쇠진하고 민중들은 수탈당하던 때에 교회가 전한 복음은 모든 사람은 똑같이 하나님의 자녀라는 평등의식이었다. 직업은 귀천이 없이 하늘이 준 것이라는 자존감이었고 하나님이 택하신 민족을 사랑하신다는 선민의식이었다. 선교사들을 통해 세계를 볼 수 있는 국제적 시각도 선물했다. 이 복음을 실천할 리더십을 훈련하고 교육한 것이 교회조직이었고 교회가 세운 학교였다.

한국교회는 그런 사명을 감당하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다양화돼 가는 시대에 합당한 새로운 복음적 사명을 찾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시대에 뒤처진 폐쇄성으로 세속의 의식이나 제도에도 못 미치는 운영방식을 고수하면서 교회의 역할을 약화시켰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기독교가 처음 이 땅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민족의 희망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답을 찾아 주는 것이다. 그 답으로 네 가지를 생각해 본다.

첫째, 이 민족이 빠져있는 갈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해와 용서를 선포해야 한다. 남과 북의 분단도, 좌파와 우파의 정쟁도, 노동자와 자본가의 대립도, 세대 간의 단절도, 교회 내의 교권 다툼도 모두 갈등의 문제다. 너무 오랜 기간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쌓여온 것이기에 세상의 어떤 사상이나 원칙으로도 풀 수 없다. 오직 ‘화해와 용서를 통한 평화’라는 십자가의 도를 교회가 교육하고 실천하면서 평화를 이루는 모델이 돼줘야 한다.

둘째, 이 민족의 계대를 위태롭게 하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육아를 담당하는 것이다. 양육비와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저출산의 주원인이라고 하지만,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도 큰 영향을 줬다. 교회가 순수하게 국가의 지원 없이 누구든 맡길 수 있는 영유아 돌봄센터를 운영해야 한다. 닫힌 전도의 문을 여는 최고의 방법이 될 것이다.

셋째, 다음세대를 기독교 복음으로 길러낼 대안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유치원을 포함한 기독교 학교에서의 신앙교육은 정부의 지속적 통제로 불가능해지고 있다. 이제는 교직원을 기독인으로 채용하는 것까지 인권 침해라고 공격하며 비기독교인까지 채용하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교회와 사회를 이끌어갈 복음적 리더십을 육성하는 길은 대안학교를 만들어 교육하는 것이다.

넷째,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이 땅의 환경을 건강하게 지키는 일을 실천하는 것이다. 환경 파괴는 인간의 탐욕에서 출발한 과소비의 결과물이다. 우리 국민은 2500만명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남겨서 쓰레기로 버리고 미세플라스틱을 만들어내는 플라스틱제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교회에서부터 먹는 것을 줄이고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교회부터 절제를 실천해야 한다.

이 같은 대안을 실행하려면 교회도 운영제도와 방법을 바꿔야 한다. 이 나라와 우리 이웃의 당면문제를 교회가 외면하거나 이의 해결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이 나라도 국민도 교회에 자리를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한국교회 발전의 역사와 유럽교회 퇴보의 역사가 보여주는 준엄한 교훈이다. 이제 교회가 이 민족의 갈 길을 비추는 횃불을 다시 높이 들어야 한다.

한헌수 (통일한국세움재단 이사·전 숭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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