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천도교서 빌린 3·1운동 자금 5000원 갚는다

국민일보

한국교회, 천도교서 빌린 3·1운동 자금 5000원 갚는다

당시 연합했던 천도교·불교계와 백주년기념비 건립추진위 발족

입력 2019-06-11 00:01 수정 2019-06-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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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식을 거행했던 옛 태화관 터. 현재 ‘3·1독립선언광장’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곳에 ‘종교인연합 삼일운동백주년기념비’가 세워진다. 강민석 선임기자

1919년 3·1운동을 앞두고 한국교회 지도자인 이승훈(1864~1930)은 천도교도인 최린(1878~1958)을 만나 양 교단이 연합해 만세운동을 추진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이승훈은 그해 2월 20일 최린에게 “(기독교 측) 동지들까지 각기 분담해 다소간이라도 변통해 보자고 했으나 시기가 급박해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니 천도교 측에서 우선 5000원만 돌려주면 만사여의할 듯 싶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천도교 지도자 손병희(1861~1922)는 당시 회관 건축을 위해 마련해 둔 자금에서 5000원을 내어 기독교 측에 전달했다.

이 자금은 국내외 애국지사의 여행경비와 독립선언서 발송비, 만세운동으로 체포된 수감자 가족 생계비 등으로 쓰였다. 당시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자금 사용 명세에 따르면 가장 많은 2000원이 상해로 떠난 현순 목사에게 지원됐다. 현 목사는 상해에서 애국열사를 규합해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세우는 데 공을 세운다. 하지만 일제의 극심한 탄압이 이어지면서 거액의 자금을 융통한 사실은 기억 속에서 잊혀갔다.

한국교회가 1919년 3·1운동을 준비하며 천도교에서 빌린 5000원을 100년 만에 갚기로 했다. 이 돈은 3·1운동에 앞장선 기독교 천도교 불교 등 종교인들을 기념하는 표지석을 세우는 데 보탠다. 표지석은 기독교 등 3개 종단의 대표 종교인과 역사학자가 참여하는 ‘종교인연합 삼일운동 백주년기념비 건립추진위원회’(공동대표 이만열 박남수 일조)가 주관해 태화관 터에 설립된다.

이만열 공동대표 등 위원회의 기독교 측은 ‘종교인연합 삼일운동 백주년기념비’ 설립금 1억여원 중 5000만원을 모금하는데 전국 교회와 성도들의 참여를 요청한다고 10일 밝혔다. 5000만원은 기독교계에 책정된 모금액이다. 이들은 100년 만에 갚는다는 취지를 살려 1인당 50만원씩 부담할 기독교인 100명을 모집하는 모금운동을 펼친다.

위원회는 지난달 31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천도교 종무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지도부의 협의로 조직됐다. 기독교 측 위원은 박경조 전 성공회 대주교와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 역사학자인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덕주 감리교신학대 명예교수 등이다.

현재 태화관 터에 있는 ‘삼일독립선언유적지’ 비석. 강민석 선임기자

이번 제안은 기독교 측 위원 중 역사학자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한국교회가 독립운동을 위해 거액을 선뜻 빌려준 천도교에 보은과 감사의 뜻을 전하자는 취지에서다. 100년 전 신앙 선조들이 개인적 결단으로 3·1운동에 참여했듯 기념비 건립을 위한 이번 모금도 개인 중심으로 전개하되 교회나 기관도 동참할 수 있게 했다.

위원회는 건립취지문에서 “100년 전 나라와 민족의 독립을 위해 죽기를 작정한 종교인의 지혜와 용기, 연합과 협력 때문에 거족적인 3·1운동이 가능했다”며 “선배들의 위대한 역사를 기억하는 동시에 100년 후 후손들이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의 미래를 한반도에서 누리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기념비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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