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단타 매매 감시 강화하고 처벌 강도 높여야

국민일보

[사설] 초단타 매매 감시 강화하고 처벌 강도 높여야

입력 2019-06-12 04:03
주식시장에서 수작업을 통한 시세 조작이나 시장 교란 등 불공정 거래 행위는 이제 소수에 불과하다. 정말 문제는 ‘기계’를 이용한 주식 불공정 거래 행위다. 기계를 통한 불공정 행위 중 대표적인 게 알고리즘 매매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일정한 가격이 되면 자동 매수·매도 주문을 내도록 조건을 설정, 전산을 통해 매매가 이뤄지도록 하는 거래 방식이다. 알고리즘 매매 자체가 불공정 거래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일부 외국계 자본이 매수량과 매도량을 쌓아놓았다가 일시에 사라지게 하는 등 다른 투자자를 현혹해 안정적인 차익을 얻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특히 개인투자자 비율이 높은 코스닥 시장에서 이 같은 불만이 높았다.

한국거래소가 초단타 매매를 활용해 자본시장을 교란한 혐의로 미국계 헤지펀드 시타델 계열사인 시타델증권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거래소는 매매 창구인 메릴린치증권도 조사 후 제재할 예정이다. 한국 주식시장은 세계 최고 수준인 0.25%의 거래세 때문에 초단타 매매의 ‘무풍지대’로 통했다. 하지만 시타델증권은 코스닥 시장 등에서 외국인을 따라 사고 파는 소액 투자자들의 심리를 역이용하는 알고리즘 매매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어 왔다고 한다.

이번 건은 알고리즘 매매 방식의 불공정 거래 혐의에 대한 사실상 첫 조사라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시타델증권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헤지펀드 등 시장 교란 세력의 힘은 엄청나게 세졌는데 이를 모니터링하는 금융 당국의 인력과 수단은 크게 못 미친다. 게다가 금융 당국이 과징금 처분을 내리더라도 증권사가 이에 불복하면 민사 소송 등 법정 쟁송이 길게 이어져 피해자들이 제대로 구제받기는 더욱 어렵다. 미국에서는 자본시장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준 범죄에 대한 처벌이 매우 무겁다. 또한 처벌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 피해자 구제에 적극적이다. 앞으로 증권거래세는 외국의 예를 따라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기계를 이용한 초단타 거래 비중이 훨씬 높아질 것임을 뜻한다. 초단타 거래 감시 수단을 늘리고 처벌 강도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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