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성덕 칼럼] ‘민주노총 공화국’ 우려스럽다

국민일보

[염성덕 칼럼] ‘민주노총 공화국’ 우려스럽다

입력 2019-06-12 04:02

불법적 집회와 폭력적 시위 일삼는 민주노총은 더 이상 촛불집회 논할 자격 없어
노조원들은 강경한 집행부 배격하고 정부와 사법부는 노조의 불법 행위 엄단해야


전국노동조합협의회는 노동운동의 민주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신군부 집권 후반기인 노태우정부 시절 결성된 전노협은 혹독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투쟁 열기를 고조시키며 세력을 확대했다. 전노협 후신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사회개혁과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내걸고 빠른 시일 안에 대표적인 노동단체로 자리 잡았다. 민주노총이 근로조건 개선, 노동자 지위 향상, 반노동적 관습 타파 등을 위해 노력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그동안의 성과를 폄훼할 생각도 전혀 없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드러난 민주노총의 언행이 국민 신뢰를 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민주노총은 걸핏하면 촛불집회를 거론하며 이 정권을 압박하고 있다. 촛불집회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만큼 이 정권으로부터 받을 채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수많은 사람이 참여한 촛불집회는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우리나라의 시위 문화에 한 획을 그은 역사적인 집회였다.

민주노총의 현주소는 어떤가. 불법 집회와 폭력 시위를 일삼고 있다.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할 법 위에 군림하려는 작태를 보인 사례가 수두룩하다. 이런 입장을 고집한다면 민주노총은 더 이상 촛불집회를 논할 자격이 없다. 민주노총은 최근 “구속자들을 석방하지 않으면 7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 총파업’을 ‘대정부 총파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공안 탄압’ ‘정부의 만행’이란 표현까지 썼다. 구속된 민주노총 조직국장 한모씨 등 간부 3명은 경찰관을 때리고 국회 담장을 무너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적용된 혐의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수공용건물손상, 공동주거침입 등이다. 불법 행위를 저질렀으면 법에 따라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법치국가의 근간을 유지할 수 있다. 조합원을 규합하고 투쟁동력을 높이기 위해 기자회견을 했겠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은 법을 유린하겠다는 궤변에 불과하다.

한씨는 이감 도중 자신의 휴대전화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는 “단단하고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이 되어 돌아오겠다”고 강조했다. 처벌 받고 나오면 더 격렬히 투쟁하겠다는 각오를 올린 것이다. 그 칼날로 누구를 찌르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선동적인 표현이다. 한씨는 독립운동가도 아니고, 악법을 고치기 위해 싸운 민주투사도 아니다. 현행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을 뿐이다. 한씨가 휴대전화를 이용하도록 방치한 호송 경찰관의 행태도 볼썽사납다. 경찰은 적절한 조치를 거론하면서도 “당사자가 규정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호송 경찰관이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가.

노조의 불법 파업이나 집회를 막으려면 여러 장치가 가동돼야 한다. 노조원들은 강력 투쟁을 모토로 하는 노조 집행부를 뽑지 말아야 한다. 투표 결과 그런 집행부가 들어서 닥치고 공격 전략을 펴면 태클을 걸어야 한다. 현장 노동자로서 집행부 투쟁 지침에 따르지 않는 것이 어려울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과 노사 상생, 노조원 개개인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지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르노삼성 노조원들이 노조 집행부에 반기를 들었다. 상당수 노조원들이 집행부의 전면 파업 지침을 거부하고 출근한 것이다. 강성 노조 집행부가 줄기차게 부분 파업을 벌이는 바람에 르노삼성의 경영 상태는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노사 분규가 계속되면 신차 물량이 해외 공장으로 넘어갈지 모른다. 협력업체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노조원들의 파업 동참 거부는 살기 위해 내린 결단이 아닐 수 없다. 집행부는 노조원들의 현명한 판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회사부터 살려 놓고 요구조건을 내걸어야 한다. 공장 점거 농성으로 유명했던 쌍용차 노조가 무분규를 선언하고 노사가 힘을 합쳐 회사를 살린 전례가 있다. 쌍용차 문제는 수백명의 해고자들을 복직시키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늦었지만 노동자에게 최선의 복지인 일자리를 선물한 것이다. 모든 노조는 쌍용차 노사의 공생문화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불법을 일삼는 노동계에 대한 이 정권의 유약한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곳곳에서 노조의 불법 파업과 시위가 벌어지는데도 뒷짐을 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위한 법인분할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대중공업 노조가 온갖 불법 행위를 자행했는데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뒤늦게 “법과 절차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불법 파업, 한마음회관 점거, 보안요원 폭행, 울산대 체육관 파괴 등을 통해 주변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법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으면 똑같은 작태가 재발한다. 정부가 강력히 대응하고 법원도 엄정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 이 나라가 ‘민주노총 공화국’이 되도록 방치하면 안 된다.

논설위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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