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 한국당 해산 청원에 이렇게 답했다면…

국민일보

[사설] 靑, 한국당 해산 청원에 이렇게 답했다면…

입력 2019-06-12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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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구를 각각 주문한 국민청원에 청와대가 답변을 내놨다. 한국당 해산은 183만명, 민주당 해산은 33만명이 청원에 참여한 터였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두 청원을 한데 묶어 답했다. 정당해산 제도의 유례를 언급했고 법적 요건을 설명했다. 제 기능 못하는 국회의 모습을 지적하면서 이번 청원을 “정당과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정부의 해산 청구는 부작용도 있으니 “정당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으로 돌려드리겠다”고 매듭지었다. 내년 총선에서 투표로 말해 달라는 뜻이다. 원론적이었고 선을 넘지 않으려 애쓴 답변이었다. 그래서 아쉽다. 청원에 참여한 216만명은 정말 두 당을 해산하는 게 목적이었을까. 정당의 행태가 못마땅해 꺼내든 정치적 의사표현에 더 가까울 것이다. 청와대 답변도 좀 더 정치적일 필요가 있었다.

강 수석은 제3자적 관점에서 이야기했다. 동물국회와 식물국회를 오가는 의회정치의 실태를 설명하는 투가 마치 관전자 같았다. 국회의 입법 기능과 정부의 국정 운영은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래서 대통령도 여야정 협의체를 앞장서서 만든 것일 테니 국회와 정당이 저 모양인 책임에서 청와대와 정부도 빠질 수 없다. 그 몫에 대한 성찰이 답변에 담겼어야 했다. 지금 국회는 여야 협치가 아니면 굴러갈 수 없는 의석 분포를 갖고 있다.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여기고 협치를 추구한다면 한국당 해산 청원에 대한 답변도 달라야 했다. 이렇게 답할 수 있었다. “한국당은 많은 국민이 선택했고 지금도 지지하고 있습니다. 생각의 다름은 존중돼야 하며 그로 인한 갈등은 일방의 책임일 수 없습니다. 이를 한국당만의 문제로 규정하는 한국당 해산 청구에 정부는 반대합니다. 한국당은 사라져야 할 정치세력이 아니라 마주앉아 대화해야 할 파트너입니다. 청원인이 지적한 문제의 책임은 협치를 실천하지 못한 여야정이 함께 짊어지고 바로잡겠습니다.” 경쟁하듯 두 당을 해산하라던 청원은 진영 간의 다툼이었다. 정당은 국민이 평가한다는 원론적 답변보다 상대 진영을 포용하는 정치적 답변이 더 성숙한 대응이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한국당에서 청와대 답변을 “선거법 위반”이라 주장하는 수준 이하의 반응도 나오지 않았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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