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 드러낸 허블레아니호, 선체 뜯기고 갑판엔 불순물 덕지덕지

국민일보

모습 드러낸 허블레아니호, 선체 뜯기고 갑판엔 불순물 덕지덕지

객실엔 구명조끼·튜브 떠 다녀

입력 2019-06-11 18:52 수정 2019-06-12 11:03
한국과 헝가리 정부합동신속대응팀 소속 수색대원들이 11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진행된 허블레아니호 인양작업 중 선체 안에서 발견된 시신을 바지선으로 옮기고 있다. 뉴시스

11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허블레아니호는 선체 일부가 훼손돼 있었다.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가 들이받은 충격과 침몰 시 강바닥에 부딪힌 데 영향을 받은 흔적으로 추정된다.

관광객들이 야경을 즐겼던 갑판은 정체 모를 검은 불순물이 덕지덕지 엉겨붙어 있었다. 햇빛과 비를 막아주던 파란 천막도 제멋대로 찢어진 채 선체 곳곳에 늘어졌다. 맨 처음 모습을 드러낸 하얀색 지붕 조타실 안에서는 헝가리인 선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얼핏 보였다. 즐거움이 가득했을 유람선의 풍경은 온데간데없었다.

오전 물 밖으로 나온 허블레아니호는 배 앞부분을 위쪽으로 해 다소 왼쪽으로 기운 상태로 들어올려졌다. 조타실 창문은 대부분 깨져 있었다. 5.4m 높이의 선체 위로 솟아 있던 굴뚝은 조타실 옆 왼쪽 방향으로 절반 정도가 90도 가까이 찌그러졌다. 배 곳곳에 하얀 칠이 벗겨져 갈색으로 녹슨 쇳빛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객실 윗부분에 적힌 ‘HABLEANY’(허블레아니·인어라는 뜻의 헝가리어) 글자가 선명했다.

객실 창문은 깨진 채 창틀만 남아 있었다. 주황색 구명조끼와 구명튜브가 물에 둥둥 떠 있는 것이 보였다. 배 뒷부분의 객실 창문에는 공간을 막아놓은 막대가 있었다. 시신 유실 방지를 위해 잠수부들이 물속에서 미리 설치해놓은 구조물이다. 비교적 온전한 배 앞머리와 달리 배 꼬리 부분 갑판의 그물 모양 울타리는 완전히 허물어져 수면을 따라 누워 있었다. 일부는 선체에서 뜯어진 채 아래로 늘어졌다.

허블레아니호가 수면 위로 모습을 다시 드러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헝가리 정부가 안전을 이유로 수중 수색을 금지해 인양 작업이 추진됐지만 배를 끌어올릴 수 있는 대형 수상 크레인 ‘클라크 아담’을 사고 현장까지 끌어오기가 힘들었다. 알프스산에서 녹아내린 눈 때문에 다뉴브강 수위가 높게 유지되면서 클라크 아담은 다른 다리 밑으로 통과할 수 없었다.

헝가리 정부가 지난 7일 작은 예인선을 동원해 현장에 클라크 아담을 데려왔지만 이번엔 와이어를 선체에 결속하는 작업이 말썽이었다. 물속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데다 강 바닥의 콘크리트 조각 탓에 와이어 고정이 어려웠다. 인양 시 배가 흔들리지 않도록 연결할 와이어를 처음 계획보다 늘리면서 작업은 더 길어졌다. 애초 인양 예상 시점은 지난 6~7일이었지만 두 차례 일정이 미뤄진 끝에 이날 인양에 돌입할 수 있었다.

부다페스트=박상은 기자, 조효석 기자

pse0212@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