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숨쉬는 ‘야외박물관’

국민일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숨쉬는 ‘야외박물관’

‘관광대국’ 꿈꾸는 방글라데시

입력 2019-06-12 18:03 수정 2019-06-17 22:32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방글라데시 서부 파하르푸르에 있는 8세기 불교 사원 ‘소마푸라 마하비라’를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길이와 너비 300m 정사각형 가운데 높이 24m 규모의 벽돌로 된 탑이 인상적이다.

방글라데시는 다양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덜 알려진 곳이다. 갠지스강과 브라마푸트라강이 만나는 유서 깊은 도시에는 야외박물관이나 다름없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명소도 품고 있다.

방글라데시 서부에 있는 파하르푸르의 ‘소마푸라 마하비라’ 유적은 팔라왕조의 왕이 히말라야 남쪽에 세운 대승원이다. 8세기 방글라데시 땅을 불교가 지배하던 시절 지어진 높이 24m, 면적 8만5000㎡ 규모다.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전 세계에서 그 가치를 널리 인정받았다. 이 지역은 과거 벵골지방에서 문화적 중심지 역할을 했다. 길이와 너비 모두 300m에 이르는 정사각형 모양을 갖췄으며 두꺼운 벽돌로 된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원 중앙에 탑이 있고, 주위로 177개의 승원이 이를 감싸고 있다.

대승원 각 면의 중앙부에는 출입문이 있고, 내부에는 승려들의 방과 식당, 주방, 사당 등이 자리하고 있다. 건물 외벽에는 조각이 새겨진 점토판으로 장식돼 있어 당시 문화를 짐작하게 해준다. 3층 및 2층 일부가 소실돼 온전한 모습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기단부에 남아 있는 수천 장의 점토판만으로도 농민, 음악가, 무용가 등 당대의 인물과 소박한 삶의 형상을 엿볼 수 있다.

5m 높이의 붉은 벽돌 장벽이 길게 이어진 마하스탄가르 유적.

인근에는 320년쯤 인도 찬드라굽타가 세운 마우리아 왕조의 거점 도시 마하스탄가르가 있다. 성벽만 남은 이 유적지는 5m 높이의 붉은 벽돌 장벽이 남북 1525m, 동서로 1370m가량 된다.

방글라데시 남부의 바게르하트에는 이슬람 도시유적이 있다. 갠지스강과 브라마푸트라강 입구에 자리한 이 ‘모스크 도시’는 15세기 터키의 울루 칸 자한에 의해 건설됐다. 벽돌로 된 모스크 및 초기 이슬람 건축물도 남아 있어 당시 뛰어난 건축기술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유적으로 손꼽힌다.

이름과 달리 77개의 돔과 60개의 기둥으로 이뤄진 ‘60돔 모스크’.

한때 360개 모스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하는 이 지역 백미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60돔 모스크’다. 이름과 달리 돔은 77개이고 기둥이 60개다. 돔이 연결된 지붕과 휘어있는 활 모양의 처마선이 인상적이다. 돔은 엠보싱 화장지처럼 울퉁불퉁한 모습이다. 통풍과 채광을 고려한 과학적인 설계로, 동쪽에 아치 모양 출구 11개가 배치돼 있고, 남쪽과 북쪽에 같은 모양의 출구 7개가 만들어져 있다. 건물의 내부에 아치가 이어져 있으며, 돌기둥들이 이를 떠받치는 구조로 늘어서 있어 아름다운 건축미를 뽐낸다.

아치형 무늬로 정교하게 치장된 시바 신전.

안으로 들어가면 순백의 60개 기둥이 눈길을 잡는다. 화려하지 않지만 절제된 매력을 뿜는다. 돔이 유명하지만 타일 장식도 빼놓을 수 없다. 타일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면 재미가 묻어나고, 내부 벽면에 있는 조각들도 세밀해 흥미를 더한다. 모스크 인근 박물관에 미니어처로 실재와 모습과 같은 돔 모형을 진열해 놓았다. 인근 푸티아에는 19세기 힌두 도시가 남아 있다. 시바 신전은 연속되는 아치형 무늬로 정교하게 치장돼 있다. 시바사가 호수가 그 옆에서 풍경을 더한다. 그 주변에 고빈다 사원, 라즈바리 궁전 등이 산재해 있다.

랄바그 요새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여행객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는 무굴제국 아우랑제드의 아들이 1678년에 건설한 유적이 있다. 3층 규모의 붉은 사암건물 랄바그 요새다. 요새에는 많은 비밀통로, 거대한 규모의 이슬람 사원, 파리 비비의 무덤과 접견실, 나와브 샤이스타 칸의 훔만 칸 목욕탕 등이 있다. 훔만 칸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된다. 요새 가운데에 위치한 파리 비비의 무덤은 8개의 방이 감싸고 있다. 방의 내부 벽은 모두 흰색 대리석으로 마감돼 있으며 사면에는 1m 높이의 돌 덮개가 있고 벽의 네 귀퉁이는 아름답게 빛나는 꽃 문양의 타일로 장식돼 있다.

소나르가온은 17세기 무굴제국이 다카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벵골 지방의 수도였다. 한때 왕이 살았던 궁은 박물관이 되고, 옷감상인들이 거주하던 마을은 빈 건물들만 남아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을 짐작케 한다.

여행메모

한국보다 3시간 늦고, 홍콩 등 경유
비자 필요… 자전거 택시 ‘릭샤’ 저렴


방글라데시는 인도와 미얀마에 둘러싸여 있고, 남쪽으로 벵갈만에 접해 있다. 방글라데시라는 나라 이름은 ‘벵골어를 쓰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인구의 90%는 무슬림이다.

수도 다카를 비롯한 주요 도시권에서 육상 교통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관광객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육상에서는 ‘릭샤’라고 불리는 자전거 택시나 삼륜 택시 등을 이용해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용이 저렴하고 공해의 발생도 적지만 지나치게 많아 심각한 교통 정체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시차는 한국보다 3시간 늦다. 우리나라에서 방글라데시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싱가포르나 홍콩을 경유해야 한다. 비자를 받아야 갈 수 있는 나라다. 현지 공항에서 받을 수 있지만 국내에서 미리 받고 가는 것이 저렴하고 덜 복잡하다. 처음 간다면 여행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파하르푸르·마하스탄가르·바게르하트·푸티아·다카(방글라데시)=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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