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꿈을 점점 줄여가느냐” 질책하신 주님

국민일보

“너는 왜 꿈을 점점 줄여가느냐” 질책하신 주님

목회는 영권(靈權)이다 <10>

입력 2019-06-1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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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 송도가나안교회 목사가 2011년 인천 연수구 송도동 상가교회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2009년 4월 인천 연수구 송도동 이안상가 2층에서 송도가나안교회 첫 주일예배를 드렸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120명이 넘는 성도들이 버스와 택시를 타고 몰려든 것이다. “왜 가까운 교회를 두고 이 먼 곳 상가교회까지 오셨습니까.” “목사님을 따라가야 영혼이 살 것 같아서 왔습니다.”

이분들은 분쟁 중인 인천 모 교회에서 수년간 영적 갈급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내 아픔에 지쳐 있을 겨를이 없었다. 이분들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줘야만 했다. 춘천에서처럼 매일 새벽예배와 밤예배를 드렸다.

춘천의 교회는 성도가 많지 않았지만 대지가 5000평이 넘었다. 3개월 만에 사임한 인천의 교회도 제법 큰 건물을 갖고 있었다. 그런 곳에서 목회하다가 작은 상가에서 다시 시작하려니 쉽지 않았다. 그래도 행복했다. 첫 예배를 드리고 송도 안에 성전 건물을 달라고 기도를 시작했다. “주님, 송도가나안교회가 세계 선교를 하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건물을 주십시오.”

하지만 송도의 상황을 알면 알수록 마음이 힘들어졌다. 송도는 종교부지 외에선 교회를 지을 수 없도록 법으로 묶어놨다. 나는 매주 한 건물을 지정해 놓고 교회로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처음 땅 밟기 기도를 했던 곳은 송도전시관으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연수구에서 어린이도서관으로 사용하기로 한 곳이었는데 당시는 비어 있었다. 그래서 그 땅을 밟으며 3년 가까이 기도했다. 그러나 3년 후 예산이 편성돼 도서관으로 꾸며졌다. 2012년 어느 겨울밤 11시가 넘었는데 눈이 내렸다. 성도들과 금요성회를 마치고 눈을 맞으며 그곳을 도는데 유리창 너머로 도서관 집기가 보였다. ‘이제 이곳을 더 이상 돌 수 없겠구나.’ 성도들은 잠잠해졌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대로 헤어지면 안 될 것 같았다. “자, 성도 여러분.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찬양을 힘차게 부릅시다.” 성도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와 누웠는데 마음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희망을 붙잡아야만 했다.

이튿날부터 다른 건물을 찾았다. 주인도 모르게 그냥 밤마다 돌았다. 그러다 현실이 보이기 시작하면 또 다시 마음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송도는 땅값도, 건물가격도 비쌌다. ‘송도를 벗어나 다른 곳을 찾을까’ 생각해 실제로 알아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기도를 하는데 주님께서 물으셨다.

“너는 왜 꿈을 점점 줄여가느냐. 꿈을 갖는 게 돈이 드냐, 힘이 드냐.“ 주님은 내가 현실과 타협하는 걸 원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추슬렀다.

그러던 차에 상가 건물주가 교회를 비워달라고 했다. 마침 송도 근처 한 교회가 건축 후 어려움에 부닥쳐 예배당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 교회 목회자를 만났다. “조만간 1억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70억원짜리 교회 건물이 경매로 넘어갑니다. 김 목사님이 맡아 주시지요.” 은행에 확인해보니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 건물을 넘겨받기로 했다.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으로 우리가 가진 전 재산인 1억원을 입금했다. 성도들은 좋아했다. ‘아, 이제 예배당이 생기나보다.’ 그런데 이틀 후 그 교회 목회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목사님, 죄송합니다. 계약을 해지해야겠습니다.”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이제 갈 곳이 생겼다고 다들 좋아했는데 계약이 파기됐다니.’ 교회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성도들도, 나도 힘이 쭉 빠졌다. 하지만 주저앉아 있을 순 없었다. 예전에 하는 대로 매일 예배를 드렸다. 상가를 비워줘야 할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갈 곳이 없었다. 진퇴양난이었다.

“주님,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습니다. 주님의 교회이니 주님이 알아서 하세요. 이제부터 저는 아무것도 안 하겠습니다. 교회 문을 닫으라고 하시면 닫겠습니다.”

그렇게 매일 기도하고 예배만 드렸다. 불안한 마음으로 1주일을 보내는데, 당시 안양대 신대원에 다니던 아들이 달려왔다. “아빠, 이것 좀 보세요.” 컴퓨터 화면을 보니 송도 국제신도시 안에 있는 한 교회가 건축 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채권자인 은행에 의해 경매가 신청됐다는 내용이었다. 경매일까진 딱 5일이 남아 있었다.

김의철 목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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