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

국민일보

[시온의 소리]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

입력 2019-06-1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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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림책으로 만나는 성경 이야기’를 주제로 강의할 기회를 종종 얻는다. 강의를 마치고 난 후 받는 질문이나 소감들에서 그림책이 사람들에게 적잖은 위로와 기쁨을 주고 있음을 발견한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보는 줄 알았던 그림책에서 오히려 어른들이 뜻밖의 감동을 받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사실에 서로 놀라곤 한다. 어쩌면 지금 사람들은 온갖 전문적인 지식으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말하는 듯한 말과 글에 지쳐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장을 넘기다 만나는 소소한 그림 한 장면에 오래도록 시선이 머물며 코끝이 시리기도 하고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림책으로 만나는 성경 이야기’는 유아들이 보는 그림책이든,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이든, 성인들이 보는 그림책이든 상관없이 그 그림책들 속에서 성경의 어느 이야기와 만나는 지점들을 발견하고 함께 나누는 방식이다. 그런데 성경의 이야기들과 함께 그림책을 소개하다 보면 “어떻게 그 그림책을 그 성경 구절과 연결할 수 있었느냐” “나도 그 책을 읽었는데 그 성경 구절과 연결하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 “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느냐” “어디에서 전문적으로 배웠느냐”와 같은 질문들을 받는다. 그때마다 조금은 난감하게 “성경을 많이 읽고 그림책도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하지만 뭔가 썩 개운치 않다.

방법이 뭘까. 나는 어떤 방법을 알고 있어서 이것을 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오래도록 매일 성경을 읽어오면서 그 성경 이야기에 젖어 지내고 있고, 최근 몇 년은 수시로 그림책을 읽으면서 그림책에 빠져 사랑하게 된 것뿐이다. 그림책을 좋아하다 보니 만나는 사람에게 그림책 주기를 좋아하고, 책과 함께 관련 있는 성경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림책으로 만나는 성경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즐기고 좋아하는 것들이 서로 만나 대화하는 지점을 찾다 보니 더 좋아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나 싶다.

그러므로 어떤 것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을 찾으러 다니기보다 그냥 그것을 즐거워하고 사랑하며 누리는 것이 가장 좋은 길임을 배운다.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이라는 그림책이 있다. 많은 비가 내리고 난 후, 길 곳곳에 자그마한 웅덩이들이 생겼는데 그 웅덩이를 건너는 방법들이 다양한 그림들로 표현돼 있다. 눈과 귀를 가리고 아예 피해 가는 방법, 수학적 전략을 세워 세밀하게 추측해보는 방법, 외나무다리를 놓아보는 방법, 돌을 놓아 징검다리를 만들어보는 방법 등 여러 방법이 나온다. 그런데 웅덩이를 건너는 방법만 찾고 있는 아이 앞에 한 친구가 웅덩이에서 첨벙대며 웃고 노래하고 소리를 지르며 오고 있다. 그 순간 바로 지금이 인생 최고의 순간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도 웅덩이에 빠져 신나게 첨벙댄다.

많은 웅덩이가 매일 매 순간 다양한 크기와 건너기 쉽지 않은 갖가지 모습으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생긴 웅덩이가 있고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움푹 파인 웅덩이가 있다. 이를 잘 극복하고 건너갈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사람들은 곧잘 그 방법을 알 수 있는 길을 몰라 어려워한다. 방법을 찾고 싶은 마음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어딘가 분명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그림책 속 아이처럼 먼저 그 웅덩이에 빠져 신나게 노는 것이 더 중요함을 배운다. 문제를 만났을 때 그 문제에서 빠져나오는 건 다름 아닌 그 문제에 빠져 문제를 즐거워하는 것으로 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새하얀 양말이 진흙투성이가 되고 얼굴 가득 흙탕물범벅이 될지 모른다. 그럼 뭐 어떤가. 이미 신나게 놀았고 웅덩이가 별 것 아님을 알면 됐으니 말이다.

김주련 대표(성서유니온선교회)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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