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그곳 예배당, 정오엔 음악이 흐른다

국민일보

도심 그곳 예배당, 정오엔 음악이 흐른다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 2006년부터 ‘수요정오음악회’

입력 2019-06-13 00:02 수정 2019-06-1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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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12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수요정오음악회에서 혼성 그룹 ‘스티그마 앙상블’이 연주하는 르네상스 시대 교회 음악을 듣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12일 낮 12시. 서울 중구 덕수궁 옆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신부 주낙현) 대예배당에서는 아름다운 앙상블 연주가 흘러나왔다. 양복을 입은 직장인도, 배낭을 멘 외국인도 음악 소리에 이끌려 성당 안으로 들어왔다. “정말 그냥 들어가도 되느냐” “후원금도 안 받느냐”고 묻는 이가 많았다. 봉사자는 “무료이고 후원금도 안 받으니 그냥 편안히 음악을 듣고 가시라”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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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성당은 2006년부터 수요정오음악회를 열고 있다. 티켓도 필요 없다. 처음에는 10여명 정도만 자리를 채웠으나 점차 입소문을 타며 요즘은 매회 150여명의 시민이 찾는다. 상·하반기 8회씩 열리던 음악회는 최근 서울시 정동역사재생활성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주민공모사업에 선정돼 상·하반기 각각 4회씩 더 열리게 됐다.

이날은 소프라노 알토 테너 등 6명 혼성으로 이뤄진 ‘스티그마 앙상블’의 공연이 있었다. 이들은 무반주 합창만으로 음정을 만들어냈다. 14~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유행했던 ‘고전순수대위법’에 따른 것이다. 적당한 악기가 없던 당시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목소리를 내 교회 성가를 만들었다. 돌림노래와 유사한 대위법은 독일의 작곡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즐겨 사용했다.

대부분은 눈을 감은 채 음악을 감상했지만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으로 공연 모습을 담느라 분주했다. 두 손을 맞잡고 기도하듯 고개를 숙인 이도 있었다. 악기는 없었지만, 앙상블은 500여 좌석이 있는 대예배당 전체에 가득 울려 퍼졌다. 앙상블 리더인 조한경(43) 베이스는 “고전 음악이지만 사람의 행복과 슬픔을 담고 있는 것은 오늘날 유행가와 마찬가지”라며 “옛날 교회 음악을 좋아하는 우리가 전통이 유지되는 이곳에서 공연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소개했다.

공연이 끝난 뒤 시민들은 대예배당 밖으로 나서며 드보라어머니회가 대접하는 수제 쿠키와 차를 받아들었다. 첫 방문이라는 김철호(68)씨는 “도심 한복판에 휴식할 공간이 있어 참 좋다”며 “이런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3년째 이곳에서 사역하는 박옥주 오르가니스트는 “처음에는 사람이 찾아오지 않아 홍보물을 비치해두려고 카페와 주변 기관을 찾았지만 거절당하기 일쑤였다”며 “좋은 연주로 더 많은 청중을 만날 수 있는 오늘날이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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