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포화지방 걱정된다면 건면 어때요?

국민일보

칼로리·포화지방 걱정된다면 건면 어때요?

풀무원 1995년 첫 비유탕면 출시… 건면시장 3년간 평균 21.7% 성장

입력 2019-06-13 21:48 수정 2019-06-13 21:52
게티이미지

라면을 좋아하는 강지훈(33)씨는 요즘 주로 건면 위주로 먹고 있다. 운동을 즐기는 강씨는 칼로리와 영양성분을 잘 살피는 편인데 칼로리와 포화지방은 낮고 맛도 있는 건면에 주목했다. 강씨는 “혼자 살다보니 라면으로 한 끼를 떼울 때도 많은데 기왕이면 덜 부담스럽게 먹고 싶어서 건면을 자주 사먹는다”며 “예전엔 뭔가 부족한 맛이 든다고 생각했는데 익숙해지다보니 특유의 담백함이 있다”고 말했다.

먹을 게 넘쳐나는 시대다. 가정간편식(HMR)이 다양해지면서 원조 HMR인 라면 시장은 몇 년 째 정체기를 겪고 있다. 라면 시장은 정체기를 돌파하기 위해 이색적이고 강렬한 맛의 라면 신제품을 다양하게 내놓고, 편의점이 생활 밀착형 업종이 되면서 편의점에서 즐기기 좋은 용기면도 많아졌다. 이렇게 라면시장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가운데 눈에 띄게 성장세를 보이는 카테고리가 있다. 튀기지 않고 말린 ‘비유탕 건면’ 시장이다.


13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면시장은 1410억원 규모로 전체 라면시장의 6.9%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비중이 큰 편은 아니지만 업계가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것은 성장세 때문이다. 최근 3년 간 연평균 21.7% 상승했다. 지난해 건면시장 규모는 2015년(791억원)보다 1.8배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면서 건면시장은 당분간 성장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에는 라면 종주국인 일본에서 건면시장의 성장이 주요 근거로 제시된다. 라면업계에 따르면 일본 라면 시장에서 비유탕 건면의 비중은 25% 이상 이른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비유탕 건면시장 규모가 커진 건 최근 일이다. 2011년까지 건면이 일본 라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에 불과했다. 2011년 라면업계 3위였던 도요수산이 건면인 ‘마루짱 세이멘’을 출시하면서 건면 신드롬이 생겼다. 경쟁 업체들이 앞다퉈 건면을 내놓으면서 시장이 커졌고, 도요수산은 건면의 성공으로 2013년 업계 1위로 뛰어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과 비슷한 추세로 라면 시장이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바른 먹거리’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풀무원은 1995년 ‘튀기지 않은, 건강한 라면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비유탕면을 들고 라면시장에 처음 뛰어들었다. 초기 제품들은 건면이 아니라 냉장 생면이었다.

하지만 냉장생면으로는 유탕면 특유의 식감을 내기 어려웠다. 유탕면은 면에 국물이 스며들어 면만 먹어도 짭조름하고 얼큰한 라면 특유의 맛을 낸다. 하지만 초기 비유탕면은 면과 국물이 어우러지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데 실패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시장진입 당시에는 건면으로 승부를 보기에 미흡했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지 않았다”며 “꾸준히 노력하고 연구한 끝에 ‘자연은 맛있다’ 브랜드로 새롭게 승부수를 던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탕라면(왼쪽)은 기름에 튀긴 면발 특유의 진한 맛을 내지만 포화지방과 칼로리가 높다. 반면 ‘자연은 맛있다’ 생라면은 기름에 튀기는 대신 바람으로 말려 포화지방과 칼로리가 낮고 식감이 쫄깃하며 건조 중 자연스럽게 생긴 구멍으로 국물이 면발에 잘 배어든다. 풀무원 제공

건면시장에 주력해 오던 풀무원은 2011년부터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했다. 그 해 풀무원의 비유탕면은 ‘자연은 맛있다’라는 브랜드로 옷을 갈아입었다. 풀무원은 오랫동안 연구한 끝에 튀기지 않고 바람에 면을 말려서도 쫄깃한 면발을 구현해내는 방법을 찾아냈고, 제철 자연재료를 스프에 담았다. 풀무원이 새로운 바람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여전히 건면은 ‘비주류’였다.

건면이 계속 비주류에 머물렀던 원인은 라면시장 헤비 유저인 30~50대 남성 소비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풀무원은 건면시장 확대를 위해 30~50대 남성 소비자를 공략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2016년 시장에 등장한 게 ‘육개장 칼국수’다.

‘육개장 칼국수(육칼)’는 유탕면의 공식에 충실했다. 자연 원물을 강조하기보다 칼칼한 국물 맛과 면의 쫄깃한 식감을 구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칼국수면처럼 넓고 쫄깃하게 만들기 위해 면발을 3㎜ 두께로 두툼하게 만들었다. 육개장의 얼큰하고 깊은 풍미를 살리기 위해 양지 육수로 맛을 살렸다.

‘육칼’은 출시 6개월 만에 판매량 2000만개를 넘어섰고, 출시 첫 해인 2016년 국내 봉지라면 판매 10위권 안에 들었다. ‘육칼’의 성공으로 비유탕 건면 시장은 2016년 처음으로 1000억원대를 넘어섰다. 풀무원은 비유탕 건면 생산 설비를 확충해 하루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리고, ‘다양한 생면 식감 구현이 가능하면 공극이 많아 스프 배임성이 우수한 건면의 제조 방법’을 특허로 냈다. ‘육칼’은 2017년 건면 봉지라면 시장에서 점유율 52.5%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육칼’의 성공에 라면업계 1위 농심도 건면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70년대부터 건면을 생산해 온 농심이지만 건면은 ‘주력’ 상품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신라면건면’을 출시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건면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신라면건면은 출시 2개월 만인 지난 4월 라면시장 매출 9위로 뛰어올랐다. 농심이 신라면건면 생산도 확대하면서 건면시장 자체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풀무원은 튀기지 않은 건면을 사용해 다양한 면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다. 건면의 식감을 강조한 브랜드 ‘생면식감’은 물냉면, 쫄면, 메밀소바, 꽃게탕면, 돈코츠멘, 육개장칼국수 등을 출시했다. 풀무원 제공

풀무원은 ‘자연은 맛있다’ 브랜드를 ‘생면식감’으로 변경했다. 건면의 식감을 전면에 내세워 건면시장에서의 새로운 도약에 도전하고 있다. 면의 두께와 모양이 라면 맛을 결정하고, 면의 맛이 국물 맛 못잖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메밀국수의 라면 두께는 1.87㎜, 생라면은 보통 라면 두께보다 넓고 두툼한 2.5㎜, ‘육칼’은 3㎜ 면발을 사용하는 식이다.

충북 음성의 풀무원 생면식감 공장 전경. 풀무원은 지난 2월 생산라인을 증설해 하루 최대 생산량을 17만개에서 37만개로 배 이상 늘렸다. 풀무원 제공

풀무원 관계자는 “2017년 ‘돈코츠라멘’을 선보이고 지난해 ‘탱탱쫄면’을 내면서 건면 시장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혁신적인 비유탕면을 선보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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