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고단한 삶 함께 헤쳐나가는 교회·성도들

국민일보

청년들 고단한 삶 함께 헤쳐나가는 교회·성도들

서울 은진교회 ‘자립 카페’· 홍대청년교회 ‘경제공동체’

입력 2019-06-17 00:01 수정 2019-06-1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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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준 서울 은진교회 목사(가운데)와 청년들이 서울 종로구 코피발리 안국역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취업 주거 결혼 등 청년들의 고단한 삶을 함께 헤쳐나가는 기독교인들이 있다. 단순히 돈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환경에 놓인 청년들에게 일자리 기술 교육과 창업, 여행 등 각자 원하는 기회를 지원한다. 청년들과 함께 ‘실험적 신앙공동체’를 운영하는 교회 두 곳을 찾았다.

김유준(47) 서울 은진교회 목사는 지난달부터 청년 3명과 함께 종로구의 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시작은 청년 주거공동체 ‘그리스도 대사단’ 청년들과의 대화였다. 지난 10일 만난 김 목사는 “청년들은 낚싯대마저 없어 고기 잡을 방법도 배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원하는 일이 있어도 종잣돈을 마련할 방법부터 막막하니 포기하게 된다”면서 “공동체가 종잣돈을 마련할 기회만 제공한다면 그들의 선택지는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카페 프랜차이즈 코피발리 전범석 대표도 함께 팔을 걷었다. 평신도인 전 대표는 인도네시아에서 공수한 커피 재료를 제공하고, 비워뒀던 지점을 절반의 임대료로 내줬다. 김 목사와 청년들은 메뉴 선정부터 실내 장식까지 스스로 정하며 카페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카페 2층은 스페이스 클라우드(공간 대여)를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기로 했다.

청년들은 이곳에서 일하며 미래를 계획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3번 일하는 신학대생 배요한(24)씨는 선교에 대한 고민을 구체화했다. 배씨는 “커피문화가 독특한 이슬람권 선교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곳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선교 방식을 고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회”라고 했다.

이정재 서울 홍대청년교회 목사와 교회 청년들이 공연하는 모습. 홍대청년교회 제공

서울 마포구 홍대청년교회(이정재 목사)는 재정을 공유한다. 누군가 돈이 부족해 교회에 도움을 요청하면 이유를 묻지 않고 돈을 내준다. 두 번의 십일조로 재정을 보충한다. 누군가의 일탈로 금방 바닥날 것 같지만, 희한하게도 공동체의 재정은 3년째 마른 적이 없다.

교회가 경제공동체 실험을 시작한 뒤로 청년들의 삶은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과로로 직장을 그만뒀던 회사원은 공동체의 도움으로 주얼리 사업에 도전했다. 쥐가 나오는 창고 구석에서 잠을 자거나 단칸방 월세를 내느라 끼니를 거르던 청년들은 지난해 이 목사와 함께 서울 관악구에 복층으로 된 공동생활 주택을 마련했다. 이곳에서 결혼을 약속한 이들도 생겼다.

의식주 해결에 급급하는 데서 벗어나자 여유도 생겼다. 홍대청년교회는 오는 10월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다. 청년 선교단체 ‘월드미션’을 만들어 다른 교회 청년부 성도들과도 예배로 교제를 나누기도 한다.

지난 13일 교회에서 만난 이 목사는 초대교회의 모습에서 청년공동체를 상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의 부산물로 얻어진 임금과 물질들은 ‘하나님의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우리 공동체가 시작됐다”며 “‘각자의 필요에 따라 나눈다’는 사도행전 말씀을 따르는 초기 기독교공동체의 모습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미국 LA 등에서도 청년공동체를 꾸릴 계획이다.

청년들과 부대끼며 실험하고 있는 목회자들은 한국교회가 청년들의 삶을 보듬기 위해서는 사랑의 실천을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목사는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은 개인주의로 생긴 소외현상과 각박한 현실 속에서 청년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해줄 수 있는 힌트”라면서 “한국교회가 다양한 모습의 청년공동체를 고민하기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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