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급 이상 20~30명 나가라는 사인” 5기수 뛰어넘은 검찰총장 인선

국민일보

“검사장급 이상 20~30명 나가라는 사인” 5기수 뛰어넘은 검찰총장 인선

총장 선배·동기는 옷 벗는 게 관례지만…

입력 2019-06-18 04:02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다 마주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지명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립 등 현안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앞으로 차차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윤성호 기자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것은 명백한 ‘기수 파괴’ 인선이다. 윤 지명자는 문무일 현 검찰총장(58·연수원 18기)보다 연수원 기수가 다섯 기수나 낮고 고검장도 거치지 않았다. 신임 총장이 임명되면 연수원 선배·동기들이 퇴진해 왔던 관례를 감안할 때 검찰 고위직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된다.

총장 지명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총장에 최종 임명되면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한다. 이때 신임 총장의 연수원 선배·동기들은 상명하복 문화를 감안해 퇴진하는 것이 관례다. 이 관례가 문제가 된 적은 많지 않았다. 연수원 1기가 총장에 오른 2002년 이후 두 기수를 뛰어넘는 식으로 후임 총장 인선이 이뤄진 경우는 없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기수별로 적임자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통상 조직의 안정감을 고려해 인사가 이뤄져 왔다”고 말했다.

윤 지명자 인선은 따라서 검찰 내부에 상당한 충격이다. 관례대로라면 윤 지명자의 동기인 연수원 23기까지 모두 30명의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이 옷을 벗어야 한다. 총장 후보 명단에 올랐던 봉욱(54) 대검찰청 차장을 시작으로 19기 3명, 김오수(56) 법무부 차관 등 20기 4명, 박균택(53) 광주고검장 등 21기 6명, 권익환(52) 서울남부지검장 등 22기 8명, 이성윤(57)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 23기 9명이다.

검찰 고위 간부들도 이번 인사를 인적 쇄신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 검찰 간부는 “충격은 크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갈아엎겠다는 데 초점을 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검찰 간부는 “윤 지검장을 지명한 것은 연수원 19~22기에게 나가라는 사인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발하는 기류도 적지 않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청와대가 자기 입맛에 맞는 검사들을 줄 세우는 것 아니냐”며 “마음에 안 드는 검사들 쫓아내고 좌천시킨 박근혜정부와 다른 게 뭐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후폭풍’을 고려해 타협적인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지명자의 동기인 연수원 23기가 대부분 남고, 22기가 일부 남아 조직에 안정감을 보태는 방식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윤 지명자가 23기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대형(大兄)’으로 불린다”며 “23기 대부분이 퇴진하지 않고 남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2기 중에도 일부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데 기여하겠다는 분들이 계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김종빈 전 총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2005년 11월 취임한 정상명 전 총장은 당시 안대희 서울고검장, 임승관 대검 차장검사 등 7기 동기들과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해 사건 처리 방향 등을 논의한 적이 있다. 다만 여전히 20명 이상의 검찰 간부가 교체되는 대규모 인사는 불가피하다.

인사 문제는 당면 현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윤 지명자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만큼 인적 쇄신은 예고된 것이었으며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개혁 이슈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애기다. 한 법조계 원로는 “인사 문제는 총장 지명자의 뜻을 따라 법무부 장관, 청와대가 논의해 정리할 문제”라며 “2주가량 지나면 자연스럽게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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