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왜 당신은 나처럼 싸우지 않나요

국민일보

[길 위에서] 왜 당신은 나처럼 싸우지 않나요

입력 2019-06-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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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우리교회 부목사의 설교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논란이 된 발언의 당사자인 정모 부목사에 이어 이찬수 담임목사까지 설교 중 일부 발언에 대해 신속하게 사과했다. 하지만 반동성애 운동을 펼쳐온 이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분당우리교회와 이 목사를 향해 ‘좌파’ ‘빨갱이’ 딱지를 붙이며 비난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이 목사는 급기야 지난 16일 주일 설교에서 “좌파 목사, 좌파 교회는 회개하라는 항의 전화가 많이 왔다”며 이런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목사의 과거 설교를 문제 삼거나, 반동성애 설교를 하라는 공개 요구까지 나왔다. 그동안 불필요한 구설에 휘말릴까 우려해 외부 활동이나 발언을 자제해온 이 목사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분당우리교회와 이 목사의 사과와 해명에도 불구하고 도가 넘는 분노와 증오를 쏟아내는 이들의 모습은 정치권을 연상시킨다. 정치권에선 상대의 말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더라도, 그중 일부를 꼬투리 삼아 흠집 내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상대방을 내가 바라는 대로 움직이게 하려고 딱지를 붙이고 편을 가르는 것이다.

이번 일의 시작은 어땠을지 몰라도, 나는 앞으로의 과정과 결과는 다르기를 기도한다. 반동성애 운동을 펼쳐온 이들이 분당우리교회를 향해 내놓는 우려가 교회를 흔들거나 흠집 내기 위한 것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기독교인이 상호 비판하는 이유나 목적이 세상과 같을 순 없기 때문이다.

절대적 진리의 존재가 위협당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진리를 지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복음주의자 팀 켈러 목사는 책 ‘답이 되는 기독교’에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세상 사람들은 무엇이 진리인지 정리하지 못해 애를 먹는 반면 신앙인들은 다른 문제를 겪는다고 했다. “신앙인들은 같은 입장인 사람을 위협해서 통제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단죄하고 벌하는” 식으로, 타인을 압제하는 데 믿음을 악용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기독교 역사를 돌아보면 실제로 진리를 앞세운 기독교인의 단호함이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오히려 돌아서게 만든 일이 적잖게 일어났다.

성공회의 수장 캔터베리 대주교를 지낸 로완 윌리엄스는 ‘사막의 지혜’에서 성 안토니우스 수도사와 ‘압바 모세’로 불리는 에티오피아 출신 사막 수도사가 남긴 말을 통해 우리를 일깨워준다. 성 안토니우스는 “우리의 생명과 죽음은 이웃과 더불어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형제를 얻으면 하나님을 얻지만, 형제를 걸려 넘어지게 한다면 그리스도를 거슬러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한 세기 뒤 압바 모세는 압바 포이멘에게 수도 생활에 관한 금언을 남겼는데 바로 “수도사는 자기 이웃에 대해 죽어야 하며, 어떤 식으로든 절대 그를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라는 말이었다.

윌리엄스는 ‘이웃에 대해 죽어야 한다’는 말이 곧 “우리가 다른 누군가를 판단하는 힘, 정죄하는 권력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풀이한다. “이웃의 영적 상태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권리를 지녔다고 간주하는 내가 죽어야” 이웃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지적대로, “모든 사람은 남을 조종하려는 충동”에 자주 휩싸인다.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방이 따라 주기를 바라고 내가 바라는 대로 변하길 원한다. 하지만 신앙인은 이런 충동을 이겨내야만 하고, 실제로 이겨낼 수 있다. 타인의 삶을 바꾸는 일, 그 역시 하나님이 하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비판하고 걱정하는 그 사람 못지않게 나 또한 하나님 앞에서 불완전한 존재임을 잊지 말라는 것이 예수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는 왜 나와 다른가, 왜 나와 같은 방식으로 함께 싸우지 않느냐며 편 가르지 말자. 상대방을 비판하고 정죄함에 있어 교회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자. 이번 일의 다른 결말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어쩌면 세상 사람들에게 기독교의 참모습을, 살아있는 복음의 능력을 보여주는 시작이 될지 모른다.

김나래 종교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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