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세운 협동조합… 농촌살리기·선교 ‘윈윈’

국민일보

교회가 세운 협동조합… 농촌살리기·선교 ‘윈윈’

화순 신실한교회, 성도들과 조합 구성… 일자리 제공·주민 수익 창출 역할 톡톡

입력 2019-06-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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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 신실한교회 정경옥 목사가 지난 12일 힐링알토스협동조합 카페 한쪽에 마련된 농산물 판매장에서 작두콩차 티백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전도용으로 나눠주는 티백 포장지에는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는 말씀이 새겨져 있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농촌에서 교회가 협동조합을 구성해 5명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주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카페와 농산물 판매장, 가공공장, 체험학습장을 직접 운영한다. 작두콩차, 돼지감자차, 새송이버섯 찰보리빵, 블루베리잼 등 지역 농산물을 가공해 제품을 만들어 팔고 아프리카 최고 등급의 케냐AA 원두까지 공정무역으로 들여와 억대의 매출을 올린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게 선교를 위해 확장해 온 프로젝트란 점이다.

전남 화순 신실한교회(정경옥 목사) 앞마당에는 힐링알토스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 농번기인 요즘에도 식후엔 132㎡(40평) 카페가 꽉 찬다. 들일을 하던 주민들이 잠시 들러 케냐 바링고에서 생산한 AA 등급 커피를 마시며 에어컨 바람을 쐰다. 도시처럼 농촌도 카페가 사랑방이다. ‘힐링’은 치유를 뜻하고, ‘알토스’는 헬라어로 양식이란 의미다. 지난 12일 만난 정경옥(59) 목사는 “합쳐서 ‘건강한 먹거리’라는 뜻”이라며 “농촌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다하려다 보니 협동조합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30대 후반인 1998년 연고가 없던 화순의 옛 사슴농장 자리에 신실한교회를 개척했다. 부부와 딸·아들만 참석한 가족 예배로 시작했는데 이젠 성인 80여명이 다니는 교회로 성장했다. 중학생만 되면 이웃한 광주로 나가는 이곳에선 드문 경우다. 정 목사는 “사슴 막사를 깨끗이 치우고 어린이 선교부터 시작해 장년 예배로 확장했다”면서 “2008년엔 성도들과 황토 벽돌을 한 장씩 직접 찍어내 일렬로 날라 3층 규모 성전을 건축했다”고 설명했다.

교회와 카페 및 가공공장 전경.

힐링알토스협동조합은 2014년 출범했다. 6명이 총 600만원을 출자해 시작했다. 지금은 13명 조합원에 2017년 기준 1억4100만원 매출을 올리는 마을기업으로 성장했다. 마을에서 재배하는 특용작물을 협동조합이 수매해 차 빵 잼 꿀 등 각종 건강식품을 만들어 전국에 판매한다. 주민들에겐 농산물 수매로 고정 소득을 보장하는 한편 조합은 수익금을 남겨 선교를 위해 재투자하는 것이다.

교회의 마을도서관 운영에 연 400만원, 우리 동네 오케스트라 운영에 월 60만원, 바자회에 200만원, 대학생 장학금으로 100만원을 지원하는 식이다. 이날 카페 옆 가공공장에서 찰보리빵을 만들던 김성형(42) 집사도 조합원이었다. 김 집사는 “과거 복지시설에서 일할 땐 주일 근무가 많아 애먹었는데, 지금은 새벽예배도 참석하는 등 교회와 일터가 같이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케냐 커피 역시 신실한교회 해외 선교의 결실이다. 정 목사는 “케냐 바링고 지역서 강원대 IT분야 장학생으로 유학 온 엘리아스가 2013년 우리 교회서 어린이 영어캠프 교사로 일주일을 머물렀다”며 케냐와의 인연을 이야기했다. 이 학생은 이후 봉사차 경남 통영에 갔다가 바닷가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했고, 안타깝게 여긴 정 목사와 선교 단체가 장례예배를 주관하고 시신을 비행기로 고국까지 보내줬다. 이를 계기로 케냐 바링고시에 IT 교육센터를 건축하는 한편 바링고 시장의 주선으로 케냐정부 공인 고급 아라비카종 커피를 수입하게 된 것이다.

예장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이기도 한 정 목사는 “일자리가 있어야 마을이 있고 청년이 남는다”면서 “농촌에서도 지역을 섬기며 건전한 교회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화순=글·사진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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