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훈 목사의 전도군사학교] “아이 돌봐 드립니다” 광고… 엄마들 입소문 나며 아이들 중심 교회로

국민일보

[이수훈 목사의 전도군사학교] “아이 돌봐 드립니다” 광고… 엄마들 입소문 나며 아이들 중심 교회로

<10> 평균연령 29세 젊은 교회

입력 2019-06-2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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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동일교회 어린이가 지난 1월 전 세대가 함께 예배를 드리는 통합예배 후 강단에 올라 자신의 꿈을 소개하고 있다. 당진동일교회 제공

2003년 8월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달이다. 경기도 안성 사랑의교회 수양관에서 열린 한국교회미래를준비하는모임(한미준)에서 개척교회 사례발표를 했다. 그 집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800여 교회를 다니며 집회를 하고 있다. ‘내가 집회를 다닐 만한 부흥사가 아닌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산골교회 개척과 전도사역 속에 역사하신 살아계신 하나님을 증거하라는 명령이 아닌가 싶다.

경남 C읍에서 제일 큰 교회에서 집회 요청이 들어왔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어린아이를 업고 집사라고 하시는 분이 커피를 내왔다.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65세인데요. 제가 늙어 보이나요. 이래 봬도 이 교회에선 젊은 축에 속해요. 호호.” 설마 하는 마음으로 예배당에 들어갔는데 정말 대부분이 70대 성도였다.

전남 D읍의 연합집회는 더 심했다. 2층 예배당에 어색하게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었다. 어르신들이 계단 올라가는 게 힘들어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것이라 했다.

이처럼 교회는 소리 없이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노인대학 등 어르신들을 상대로 한 프로그램이 교회 안에서 자리매김할 때 한국교회도 고령화의 언덕을 숨 가쁘게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쪽에서는 저출산 재앙이 밀려오고 있다. 40대가 850만명, 30대가 750만명, 10대가 510만명, 0~9세가 440만명으로 내려앉았다. 결국 합계출산율이 0.98이 됐다.

아기 돌봄으로 젊어진 교회

당진동일교회는 어떤지 궁금했다. 지난해 1월 통계를 뽑았다. 교인 평균 연령이 29세였다. 인접 7개 초등학생의 12.4%가 교회 자녀였다. 놀라웠다. 어떻게 이처럼 젊은 교회가 됐단 말인가.

비결은 1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회를 개척하고 4년이 지나서의 일이다. ‘교회를 개척하고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래, 아이들을 대신 돌봐주자.’ 엄마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생각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쪽지광고를 붙였다.

‘아기가 아파 병원에 가야 할 때, 남은 아이를 돌봐 드립니다. 시장 가실 때, 힘드시죠? 아이를 몇 시간 돌봐 드립니다. 긴급 상황에도 남은 아이를 돌봐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반응이 괜찮았다. ‘정말 아기를 돌봐 주느냐’고 문의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아이를 맡겨본 엄마 사이에 입소문이 점점 퍼져 나갔다. 자연스레 젊은 엄마들과 연결이 됐고 그렇게 전도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20~30대 젊은 엄마들이 친구들과 어우러지면서 교회는 아이들 중심으로 바뀌었다.

지속해서 어린아이들을 산골까지 오게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탁월한 뭔가를 제공해야 했다. 그러다 떠오른 게 어린이 리더십 교육이다. 시작은 5~7세 어린이들을 공원에 데리고 가서 무대를 만들고 웅변을 시키는 것이었다. 그다음 장소는 버스터미널 광장이었다. ‘지나가는 분들이 바라봐 주기만 해도 참 좋겠다.’

그런데 반응이 좋았다. 발걸음을 멈추고 박수로 응원해 주는 분들이 의외로 많았다. 겁을 먹고 망설이는 아이들도 종종 있었다. 그런 아이들은 뒤로 미뤘다가 다시 하게 했다. 어떻게 하든 전원이 무대에 올라갔다. 어린 마음에 두려워하다가도 친구들이 소리 높여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빠른 속도로 동화되고 있었다.

그 후 ‘길거리에서 1년에 한두 번 하는 행사로 그칠 게 아니라 일상적인 프로그램으로 아예 장착시키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나님께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주신 것이다. 세대 통합 예배가 이렇게 시작됐다.

세대 통합으로 예배가 살아나고

당진동일교회는 주일 아침 예배를 위해 어린이들이 새벽 기도부터 참여한다. 피곤한 눈을 비비며 앉아 있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어린아이들이 새벽부터 찬양하고 예배를 드리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예배 후 어린이들이 강단에 나와 자신의 꿈을 발표하도록 했다. 회중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무대에 올라보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담력을 키우고 자신감을 갖게 하려는 목적에서였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발표 그날 교회에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고모까지 등장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육십 평생 교회의 ‘교’자도 모르던 어르신들도 손자 손녀가 무대에 나와 1000여명 앞에서 발표한다기에 예배당 문턱을 넘은 것이다.

발표는 매주 2명씩 하는데 1개월 정도 연습을 시켰다. 토요일엔 엄마 아빠가 같이 와서 지도를 받고 연습을 했다. 그렇게 연습 후 주일 아침 주춤주춤 올라온 아이도 회중의 박수와 응원에 힘입어 목청을 높이며 발표를 한다.

아이들의 비전 선포를 들을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하나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무대에 선 아이들을 바라보는 성도들도 하나가 돼 같이 웃고 손뼉을 치며 행복한 꿈을 품는다. 그래서 교회에 닉네임이 생겼다. ‘꿈꾸는 교회, 춤추는 성도.’

아이들의 발표를 통해 많은 부수효과가 나타났다. 연습하면서 아이들끼리, 부모끼리 친해졌다. 10년이 넘으니 그 아이들이 학교 리더로 서가고 있다.

부모들이 이런 고백을 한다. “아이가 어디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겠는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교회가 얼마나 감사한지 말로 표현이 안 됩니다.” 성도의 입에서 교회의 존재감에 감사하고 기뻐하는 이런 말을 듣는 것보다 목회자가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오늘도 아이들 속에 하나님의 꿈이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아이 사무엘이 점점 자라매 여호와와 사람들에게 은총을 더욱 받더라.”(삼상 2:26)

이수훈 목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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