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피플] 2번의 목회 용퇴 후 섬김 봉사 전념 김진석 행복공학재단 이사장

국민일보

[미션&피플] 2번의 목회 용퇴 후 섬김 봉사 전념 김진석 행복공학재단 이사장

“1000명이 하루 두 끼로 줄이면 500명을 더 먹일 수 있다”

입력 2019-06-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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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행복공학재단 이사장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도신로 재단 사무실에서 지나온 목회를 회고하며 두 차례 내려놓음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장애인교회를 10년간 이끌다 장애인 목회자에게 조건 없이 교회를 넘겼고, 70세 정년 은퇴를 2년 앞두고는 더 젊은 목회자에게 공간을 넘기고 교회를 통합했다. 지금은 행복공학재단에서 장애인을 비롯한 소외 이웃을 돕는다. “1000명이 하루 식사를 두 끼로 줄이고 이를 나누면 500명을 더 먹일 수 있다”는 지론을 펴는 행복공학재단 김진석(69) 이사장을 만났다.

서울 영등포구 도신로 재단 사무실에서 24일 김 이사장이 타준 커피믹스를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재단 사무실 하면 떠올릴 깔끔한 인테리어와 친절한 사무원 대신 누런 벽지와 낡은 사무기기가 눈에 띄었다. 김 이사장은 “서울에서 월세가 가장 싸서 이곳을 고수한다”며 “재단은 후원을, 그저 나누는 역할만 하면 되기에 화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69학번이다. 졸업 후 금호그룹에 들어가 경리과장을 역임한 뒤 목회자가 되기로 했다. 1988년 장로회신학대 신대원에 입학해 ‘84 동기 장학회’를 만들었다. 학기당 200여만원의 후원금을 모아 돈이 없어 목회자의 길을 포기해야만 하는 친구들을 도왔다.

89년 구식 타자기로 찍어낸 소식지에 당시 전도사이던 김 이사장은 다짐의 편지를 썼다. 수신인은 자신이었다.

“석아! 먹물 같은 세상에서 어찌하면 이 먹물을 희게 할꼬. 밤새워 강변하며 토로하던 수많은 사연.… 먹을 것 다 먹으며, 누릴 것 다 누리며 가난한 이웃의 친구가 되겠다고. 간사한 말들일랑 네 입에 담지 마라. ‘1000명이 하루 두 끼, 500명을 더 먹인다’고 너는 말하곤 했지. 너의 그 웃음 많은 얼굴에 학 같은 웃음만을 가득 담아 보내거라. 너의 모습 바라보며 나도 또한 예수 믿고 겸손하게 살겠구나.”

김 이사장은 두 차례 아름다운 용퇴의 주인공이다. 90년 경기도 안산 임시 건물에서 시작한 안산장애인교회를 번듯한 예배당까지 확보할 정도로 키워냈다. 국내 최초 장애아 전담 어린이집을 교회 부설로 세웠고, 한국교회의 모금으로 휠체어가 막힘없이 오르내릴 수 있는 교회를 건축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엔 ‘장애인들을 내세워 내가 이득을 보려는 게 아닌가’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했다. 장애인교회는 장애의 어려움을 잘 아는 장애인 목회자가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두 번째 용퇴는 교회 통합이다. 2008년 안산장애인교회의 장애인 목회자가 사임하자 성도들이 다시 김 이사장을 청빙했다. 2011년엔 선한이웃교회로 개명했다. 90년대만 해도 드물던 장애인 사역이 이제 규모 있는 교회라면 필수가 돼 굳이 장애인교회 이름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다. 조기 은퇴를 살필 즈음 마을목회 전문가인 안산 아름다운성빛교회 권일 목사와 교회 통합을 논의하게 됐고 지난 1월부터 풍성한교회 이름으로 통합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국민일보 5월 13일자 30면 참조). 지난 2일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부천노회의 통합 감사예배도 마쳤다. 성도와 부지, 예배당을 조건 없이 합쳤는데 김 이사장의 양보에서 비룻됐다.

행복공학재단은 2000년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이다. 김 이사장은 2003년부터 이사장을 맡아왔다. 김 이사장은 “100여명 후원자와 기업들의 정성으로 규모는 작지만, 남들이 안 하는 일을 찾아서 지원한다”며 “재단 인근 중국동포 및 제삼세계 장애인을 섬기는 일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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