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두 개의 강

국민일보

[겨자씨] 두 개의 강

입력 2019-06-2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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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첫 목회지는 굽이굽이 흙길을 달려야 나오는, 강원도의 한 외진 마을이었습니다. 마을 앞으로 흐르는 강을 사이에 두고 강원도 충청북도 경기도가 갈리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동네였지요. 예배당도 없던 마을, 그래도 강이 있다는 게 큰 위로가 됐습니다.

한가할 때면 강이나 개울로 나가 다슬기를 잡고 된장에 넣어 끓인 뒤, 빙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먹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즐거운 순간이었습니다. 강은 마음을 다스리기에 좋았습니다. 외진 곳에 살다 보면 슬며시 찾아오는, 허전함이나 외로움을 달래기에 좋았습니다. 그런 날이면 강가를 찾아 마음을 띄워 보내듯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기도 하고, 무거운 마음일랑 물수제비로 지우고는 했지요.

강가에 사는 사람만 볼 수 있지 싶은 풍경이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 흐르는 강물을 따라 물안개가 피어올라 또 하나의 강물처럼 흘러갈 때입니다. 그 모습을 짧은 글에 담았습니다. “바다까지 가는 먼 길/ 외로울까 봐/ 흐르는 강물 따라/ 피어난 물안개/ 또 하나의 강이 되어/ 나란히 흐릅니다/ 나란히 가는/ 두 개의 강/ 벌써 바다입니다”(두 개의 강)

우리가 함께 믿음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두 개의 강으로 흐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신뢰와 사랑으로 함께 갈 때, 우리는 이미 은총의 바다에 닿은 것과 다를 것이 없고요.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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