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현수막 ‘단속 무풍지대’

국민일보

정치인 현수막 ‘단속 무풍지대’

전주시내 곳곳 치적 홍보 위해 게시… 지정장소 무시 옥외광고법 위반 논란

입력 2019-06-25 19:13 수정 2019-06-25 21:26

25일 전북 전주시 효자동 안골사거리. 한 켠에 국회의원과 정당에서 내건 현수막 3개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은퇴후 40년, 전북에서 삽시다 - 박주현 정동영 김광수’ ‘4050 특별위원회 전라북도 발대식 - 더불어 민주당’ ‘노인위원회 발대식 - 더불어 민주당.’ 현수막(사진)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며칠째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정치인들의 현수막은 선거법에는 문제가 없다해도 지정 장소가 아닌 곳에 걸리면 엄연한 옥외광고법 위반이다.

전주시내 주요 도로엔 정치인과 정당의 현수막이 계속 버젓이 내걸려도 철거되지 않는다. 반면 일반인들의 불법 현수막에 대한 단속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이중잣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지난 4∼6월 석달간 전주시내 곳곳에 걸린 전 현직 국회의원과 내년 총선 입지자, 정당의 현수막을 기자가 직접 사진 찍어보니 한 번에 수십장씩이 한 달 정도씩 내걸렸다. ‘전북대 약대 유치 해냈습니다’ ‘쌍방통과 열린 광장’ ‘개방형 창의도서관 조성’ ‘최고위원 임명’ 등의 내용을 적은 현역 정치인들의 현수막은 치적을 자랑하는 게 대부분이다. 또 내년 총선을 겨냥해 ‘이희호 여사 애도’ ‘호국보훈의 날 추모’ ‘대한민국 축구 잘했다’ 등의 문구를 통해 자신을 홍보하는 정치인도 많았다. 정치인과 정당이 서로 경쟁하듯 현수막을 내걸어, 평화동 사거리 일대엔 한때 6∼7장의 정치 관련 현수막이 나부끼기도 했다.

현수막을 둘러싼 정당간 입싸움도 펼쳐진다. 지난 달 정동영 의원측이 ‘백제대로 특색거리 조성 2억원 확보’ 등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 수십장을 내걸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주시의원들이 ‘공무원의 공을 특정 의원이 가로챘다’고 비난했다. 이에 민주평화당이 “특별교부세는 공무원이 접근할 수 없는 예산”이라고 맞서며 한동안 신경전을 펼쳤다.

현행 법규상 일반인들은 지정게시대에만 현수막을 걸 수 있다. 그나마 매달 두 차례 공개 추첨에 당첨이 돼야 1주일만 게시가 가능하다. 경쟁률이 최고 20대 1에 이르러 1년 내내 당첨 한번 안 될 수도 있다. 혹여 길거리에 몰래 걸었다간 강제철거와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처분이 이어진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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