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란 최고지도자도 제재… ‘체제 불인정·모욕 주기’ 카드

국민일보

미, 이란 최고지도자도 제재… ‘체제 불인정·모욕 주기’ 카드

트럼프, 행정명령 서명… 경제적 타격 없는 상징적 조치

입력 2019-06-25 18:57 수정 2019-06-25 23:1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등을 겨냥한 대이란 추가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좌우에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서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그 측근들을 금융제재 명단에 올렸다. 신정일치 체제인 이란에서 ‘알라의 대리인’으로 통하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는 점에서 ‘모욕 주기(naming and shaming)’ 제재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이란 최고지도자실을 제재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간부 8명을 대테러 특별지정 제재대상(SDN) 명단에 추가했다. 이란 정권의 대변인 역할을 해온 모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도 이번 주 안에 제재대상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밝혔다.

이번 조치로 이란 정권이 입을 경제적 타격은 거의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 철강 등 이란의 핵심 수출품을 전면 차단하는 초고강도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명단에 오른 이란 정권 고위인사들이 미국에 자산을 보유하거나 국제 금융시스템을 이용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제재 조치는 상징적 성격이 크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내밀 수 있는 경제제재 카드가 고갈돼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란 체제에서 최고지도자는 정치적, 종교적으로 막강한 권위를 갖고 있다. 이슬람 율법해석인 ‘파트와’를 선포할 권한도 있다. 이란 최고 권위자에게 각종 범죄 책임을 물림으로써 체제 존엄성을 훼손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그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인사들에게 인권 유린의 책임을 물어 제재 명단에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이름을 1979년 이란 혁명을 이끈 아야톨라 호메이니로 잘못 불렀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전임자인 호메이니는 30년 전에 숨진 인물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5일 내각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을 상대하다가 좌절감에 빠진 것 같다”며 “백악관은 정신장애를 겪고 있다”고 비난했다.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미국이 외교적 해결의 길을 완전히 닫아버렸다”고 밝혔다.

한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이 핵합의에서 규정한 저농축 우라늄의 저장한도를 벗어날 경우 미 정부가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턴 보좌관은 25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의 고위급 안보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핵합의에 명시된 저농축 우라늄 저장한도 300㎏을 넘을 경우 군사적 옵션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 이란이 저농축 우라늄 저장한도를 무시할 경우 정말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2015년 7월 핵합의에 따라 우라늄을 3.67%까지만 농축할 수 있고, 저장한도량도 300㎏으로 제한돼 왔다. 하지만 이달 초 핵합의에 따른 감축·동결 의무를 일부 지키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이 되면 저농축 우라늄의 저장한도를 넘기게 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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