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부총리 “MB 정부 때 늘린 자사고, 교육 시스템 왜곡”

국민일보

유은혜 부총리 “MB 정부 때 늘린 자사고, 교육 시스템 왜곡”

고교 서열화 주범으로 자사고 지목… 교총 “자사고 폐지는 ‘평둔화’” 비난

입력 2019-06-25 19:02

유은혜(사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명박정부 때 서울에 우후죽순 만들어진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직격탄을 날렸다. 서울 지역 자사고들을 고교서열화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교육시스템 전반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서울 지역 자사고가 문재인정부의 실질적 타깃이고 다른 지역 자사고는 지위를 유지해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 부총리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사고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설립됐는데 특히 서울 같은 경우 이명박정부 당시 너무나 급속하게 자사고가 늘어나면서 우수한 학생이 집중됐고 고교가 서열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입시 경쟁이 초등학교 아이들까지 심화돼 우리 교육 시스템 전반이 왜곡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공약이며 국정과제인 자사고 폐지 실현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한상신 교육부 대변인은 “고교 평준화 체제를 자사고가 훼손한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이란 원론적인 언급”이라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와 한 대변인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문 대통령이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이유는 고교서열화 때문이다. 고교서열화는 이명박정부 자사고 때문이고 이는 사교육 저연령화로 이어졌다. 특히 서울 지역에서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로 자사고는 이명박정부 때 서울 지역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 전국 42개 자사고 중 34곳이 이명박정부 때(2009~2010년) 설립됐다. 34곳 중 22곳이 서울에 몰렸다. 올해 서울 지역에서 재지정 평가를 받는 자사고는 13곳(표 참조)이다. 올해 평가 대상 24개교 중 절반 이상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다음 달 10일 평가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유 부총리는 자사고 설립의 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를 일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자는 일각의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일반고 전환은 합리적이고 단계적으로 사회적 합의로 추진한다. 시행령 개정으로 전면 폐지하는 건 공약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공약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서울에 있지 않은 원조 자사고(옛 자립형사립고)들은 상산고를 빼고 무난히 평가를 통과할 전망이다. 광양제철고(전남) 포항제철고(경북) 현대청운고(울산)는 평가를 통과했다. 민족사관고(강원)도 통과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사고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하윤수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폐지 정책은 ‘평둔화(平鈍化)’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하향평준화 교육을 한다는 비난이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 자치를 보장하라”며 정치권이 교육부에 가하고 있는 ‘상산고 부동의 압박’을 비난했다. 상산고 등 자사고 사태는 26일 국회 교육위원회가 하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승환 전북교육감과 조희연 서울교육감 등이 출석할 예정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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