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년수당 받아 게임기·에어컨 구매… 수천억 예산 낭비되나

국민일보

[단독] 청년수당 받아 게임기·에어컨 구매… 수천억 예산 낭비되나

당초 취지와 거리 먼 지출에 속수무책

입력 2019-06-27 23:02 수정 2019-06-27 23:20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뉴시스

취업준비생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고용노동부가 올해 3월 도입한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이른바 청년수당이 구직활동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게임기, 에어컨 구매 등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미취업자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간 300만원을 지원해 취업준비생들이 구직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본래 정부의 정책 취지였지만 취업 활동의 범위를 모호하게 설정한 탓에 수천억원의 국가 예산이 취지와 다르게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일보가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청년구직활동지원금 5월 세부 사용 내역’ 1078건을 분석한 결과 통상적인 취업 준비라고 보기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한 수급자는 다가올 여름 무더위를 무사히 나고 싶다며 구직지원금 전용 클린카드(체크카드)로 49만5000원 상당의 에어컨을 구매했고, 또 다른 수급자는 취업 준비로 약해진 체력을 보충한다며 한의원에서 한약을 짓는 데 39만원을 지출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대형마트에서 닌텐도 게임기 ‘스위치’를 40만원에 구매하거나 해외 영업직군 지원을 위해 문신 제거 비용으로 33만원을 결제한 사례도 있었다. 이 외에도 1인 인터넷 방송을 위한 컴퓨터 메모리 구매(31만원), 충치 치료비(40만원), 수면장애 개선을 위한 영양제 구입비(49만원)도 취업 준비 명목으로 쓰였다.

고용부는 청년수당 정책을 시행하면서 클린카드의 사용 범위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공고했다. 사용제한업종(호텔, 복권판매, 유흥주점, 골프, 면세점 등)에 해당하지 않으면 지원금을 쓸 수 있도록 한 셈이라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유인이 커지기 쉽다. 개인 특성에 따라 취업 활동과 비취업 활동의 경계를 구분하는 게 달라지다 보니 고용부가 섣부르게 취업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상에는 이유만 그럴싸하게 가져다 붙이면 에어팟(애플의 무선 이어폰)도 살 수 있다는 식의 후기들이 올라오는 상황이다.

30만원 이하 결제 금액에 대해서는 구직활동 연관성을 소명할 필요가 없어 엉뚱한 곳에 돈이 쓰일 가능성은 더 커진다. 고용부는 지난 4월 청년수당의 첫 수혜자 1만2159명을 선정했고, 5월 1일부로 60억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 중 수급자가 취업 연관성을 소명한 액수는 4억원에 불과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모든 금액을 다 모니터링할 수 없다”며 “30만원 이하 금액에 대해 별도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올해 청년수당 예산으로 1582억원을 책정해 총 8만명에게 지급할 방침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지원금을 줘도 실질적으로 구직활동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돈 쓴 만큼의 정책적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취업 관련 교육 및 훈련에 돈이 쓰일 수 있도록 정책 설계를 정교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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